▲국군과 인민군이었던 형제의 상봉남북의 이산가족이 분단 후 65년 만에 다시 만나 진한 혈육의 정을 나눴다. 8.15 계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우리측 양길용(90) 할아버지와 북측의 동생 량길수(86) 할아버지가 눈물의 상봉을 하고 있다. 이 형제는 한국전쟁 당시 각각 국군과 인민군으로 총부리를 겨눴다.
사진공동취재단
[금강산 공동취재단 신나리 기자]"가슴이 설렁설렁해. 기분이 이상해."
남측 가족들은 안경을 만지작거리기도 하고, 동행한 가족의 손을 잡기도 했다. 앉았다 일어났다 하면서도 시선은 문을 향했다. 24일 남북 이산가족이 만나는 면회소에는 남측 가족들이 먼저 도착해 기다렸다. 1차 상봉 때는 북측 가족이 남측 가족을 기다렸지만, 이번엔 반대였다. 테이블 위에는 남측 당국이 준비한 김 튀김, 맛 고구마, 연양갱과 담배가 올려졌다.
24일 오후 3시 15분께, 면회소 문이 열렸다. 누군가는 휠체어를 타고, 누군가는 지팡이에 의지해 한 사람 한 사람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저기 형님 아니야? 형님."얼마나 기억할 수 있을까 싶었는데, 권혁빈(81) 할아버지는 형을 단박에 알아봤다. 형의 오른쪽 귀에 보청기가 채워져 있었다. 어느새 형제는 여든을 넘었다. "혁찬아", 할아버지의 형은 동생을 마주 안았다.
모든 게 고마운 시간 "살아줘서 고마워."
"만나게 해줘서 고마워."남에서 온 우기주(79) 할머니는 북에 사는 언니(우기복·86)가 자신을 찾아줘서 고맙고, 살아줘서 고마웠다. 휠체어를 탄 언니는 그런 동생을 만날 수 있어 고마웠다. 그리고는 한참을 말없이 마주 봤다.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몰랐고, 조금이라도 눈에 서로를 담고 싶었다. 할머니가 다시 말을 꺼냈다.
"춥지 않아?"
"일 없어."
"'일 없다'가 뭐야?"
"아, 안 춥다고"떨어져 산 세월만큼 표현이 달라졌다. 서로를 챙기는 마음은 세월이 흘러도 여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