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강원도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작별상봉을 마친 후 버스에 탑승한 남측 가족이 북측 가족을 배웅하며 오열하고 있다.
유성호
발 동동구르며 어린아이처럼 '꺽꺽'
이날 낮 1시께, 남측 가족들이 버스로 이동했다. 이들의 눈물이 연회장 계단 곳곳에 뿌려졌다. 북측 가족들은 2층 연회장 난간에 붙어 남측 가족들이 1층으로 내려가는 모습을 바라봤다. 손수건으로 눈을 닦고 입을 막았지만, 꺽꺽 우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남측 이산가족들이 모두 버스에 올라탔다. 북측 가족들이 차창에 붙어 손을 맞댔다. 잠시 차 문이 열린 틈을 타 고호준(77) 할아버지가 차에서 뛰쳐나왔다. 할아버지는 북측 조카를 부둥켜안고 울기 시작했다.
"어이구 자슥아 어떻게 떠나니. 떼어놓고 가려니 발이 안 떨어진다."
할아버지는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조카는 "삼촌 울면 안 됩니다. 통일되면 건강해서 다시 만납시다"라고 할아버지를 달랬지만, 그 역시 목 놓아 울었다.
최동규(84) 할아버지의 조카 둘은 버스 밖에서 발을 동동 굴렀다. 할아버지가 들리는지 안 들리는지도 모른 채 "이렇게 헤어져야 하나. 이렇게 기막힌 게 어딨니"라며 울부짖었다. "통일되면 이런 거 안 하잖아", 조카들은 억울해했다.
예순을 넘긴 조카도 아흔을 넘긴 할아버지도 모두 어린아이가 됐다. 이관주(93) 할아버지의 조카는 버스 창에 들러붙어 울었다. 하고 싶은 말이 많은데, 시간은 내내 부족했다. 그는 '장수하세요'라고 꾹꾹 눌러 쓴 손바닥을 창문에 대고 떼지 않았다.
차제근(84) 할아버지의 동생(차제훈·76)은 연신 차 문을 두드렸다. 까치발을 들고 서도 버스 창문이 너무 높았다. 그는 "통일 장벽이 너무 높아서 그래"라고 한탄했다.
가슴 찢어지는 슬픔에도... 이별은 엄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