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마지막날인 22일 오후 고성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에서 김봉어(82)할아버지가 북측에서 온 동생 김팔녀(82)할머니가 헤어짐을 아쉬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유성호
이수남(77) 할아버지는 말을 잇기 힘들어했다. 안부라도 주고받으며 살고 싶지만,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2박 3일 동안 북측 큰 형님의 얼굴을 보고 또 보며 눈에 담아둘 뿐이었다. 이름은 알고 살아야지, 할아버지는 북측 형님의 아들인 조카에게 자녀들 이름을 적어달라며 펜을 쥐어줬다.
10여 명의 북측 형제 이름이 돌아왔다. 할아버지는 이름이 적힌 종이를 들여다봤다. 부모님 산소에 가서 큰 형님을 만나고 왔다고, 조카가 네 명이라고, 사는 동안 기억하려고 이름을 적어왔다고 말할 생각이다.
양경용(89) 할아버지 역시 북측 조카들과 전화번호, 주소를 주고받았다. 조카가 "통일되면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할아버지는 그제야 "그럴 것"이라고 웃으며 답했다.
"개성에서 김포는 금방이잖아. 빨리 통일이 돼야 해."동생은 아흔이 넘은 오빠를 달랬다. 신재천(92) 할아버지가 북측 동생에게 자신이 타고 가는 버스 번호를 계속 알려줬다. 할아버지는 동생을 어루만지며 "서로 왕래하고 그러면 우리집에 데리고 가서 먹이고 살도 찌우고 하고 싶은데"라고 말했다.
동생은 할아버지가 사는 김포에서 개성이 가깝다며 걱정 말라고 답했다. 할아버지가 "차 갖고 가면 40분이면 가"라며 "죽기 전에 우리 집에 와서 밥도 먹고 그래"라고 말했다.
이산가족들이 고령인 탓에 몸이 좋지 않았던 이들도 작별 상봉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날(21일) 오후 단체상봉 때 참석하지 못한 김달인(92) 할아버지는 이날만은 와야 한다며 연회장에 자리했다. 열세 살이 어린 북측 여동생은 어느새 여든이 넘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된 남매는 서로의 손을 꼭 잡았다.
2차 상봉, 24일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