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입시라는 이벤트 하나를 위해 성적에 들어가는 수행평가를 부모가 자녀 대신 해주거나, 해줄 수 있는 사람을 고용하거나, 하지도 않은 일을 스펙으로 포장해 자소서 등을 꾸미게 하며 부모도 아이도 왜 도덕성에 무감각해지는 상태가 되어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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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명문학과 출신이라고 좋은 회사 취직이 보장되는 시대도 지났습니다. 힘들게 공부해 봐야 대기업에서 일정 직급 이상 오르기가 옛날보다 더 힘들어졌습니다. 입시 공부가 대학에 들어가는 데 필수 요소인 것은 맞지만 학교의 공부가 사회생활에 직접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은 이제 누구나 인지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우리나라는 대학 입시라는 그 한 가지 목표만 가지고 고등학교에서 성적으로 줄 세우기 경쟁을 시킵니다. 그 경쟁에서 남을 누르고 올라서기 위해 부모가 나서서 부정행위를 아이에게 권하는 모습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닐 테죠.
그런 곳에서 1등을 한들 그 아이는 행복할까요? 반대로 성적이 신통치 않거나 혹은 공부에 관심이 없어서 성적을 바닥에 깔더라도 부모에게 등 떠밀려 학교에 다녀야만 하는 아이들은 행복할까요? 공부가 인생의 최우선인 것처럼 아이들을 가르치는 지금의 입시 제도는 이대로 유지되어야 하나요?
입시제도를 어떻게 바꾼들 사교육은 더욱 발 빠르게 입시제도에 맞춰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내고 비용을 증가시킵니다. 성적이 급상승한 모 여고의 쌍둥이 자매 부모는 아이들이 학원에 다니면서 성적이 늘었다고 변명했고, 아이들의 전인교육을 강조하는 모 의사의 아이는 영재학교에 입학하면서 대치동의 학원을 다녔습니다. 이런 사례를 보면 사교육이 늘어나면 늘었지 줄어들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엄마표 학습'이 설 자리가 없다공부가 입시를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고 그 과정에서 도덕성을 내려놓은 부모를 보며 공부하는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까 걱정스럽습니다. AI(인공지능) 시대에는 공부만으로 대기업 등의 번듯한 직장에 자리잡기가 더 힘들어진다고 하죠.
하지만 저나 남편은 학창시절 공부 이외에는 특별히 경험해본 것이 없어서 결국 공부로 대학을 갔고 대기업에 취직해서 20년에 가까운 맞벌이 생활을 유지하고 있는 세대입니다. 결국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기보다 공부가 좀더 쉽다고 포장해서 가르치는 중이죠. 정확하게는 아이가 인생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 찾기 전까지는 공부라도 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고, '국영수'를 공부하는 것이 음악, 미술, 운동 같은 예체능 분야보다 부모의 재력을 덜 필요로 하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부정행위가 가득한 대한민국의 학교, 입시제도 앞에서 허무해지고 맙니다. 학원의 힘을 덜 빌리고 선행학습도 안 하는 대신 아이에게 꾸준히 공부하는 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애쓰며 지내온 지난 노력들은 과연 무엇을 위한 것이었을까요.
우리나라 초등학교 교과서의 구성은 매우 알차고 진도도 빠르지 않고 수준도 높지 않습니다. 이런 학교 교육에서 70~80점만 받아도 충분히 잘하는 거예요. 학교를 정상적으로 마친 아이들이 사회에 나와서 직업을 얻고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있어선 안 됩니다. 아직 우리 사회는 그렇지 못하죠. 복습으로만 학습 중인 우리 아이들을 두고 언제부터 선행학습을 시작할 건지 묻는 이웃이 많은 걸 보면, 학교의 속도로 배우고 성장하는 아이들의 숫자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걸 느낍니다.
의사와 청소부가 학부모 공동체에서 서로를 존중하며 지역사회의 발전을 두고 토론·대화한다는 외국의 사례를 접한 적이 있습니다. 유럽의 많은 나라에서는 대학을 가지 않아도 소득이나 사회적 지위가 무시당하는 일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학 졸업 유무에 따라 발생하는 소득의 격차가 큽니다. 그 소득의 격차가 사회적 지위나 발언권과도 깊게 연결돼있기 때문에 너도나도 공부를 해서 대학에 가려고 하죠.
꼭 대학을 가지 않더라도, 공부가 아니더라도, 누구든 원하는 일을 하며 밥 벌어먹고 살 수 있는 괜찮은 사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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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성적 조작' 의혹... '엄마표 학습'은 허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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