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1회차 첫날인 20일 오후 고성 금강산면회소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남측 최학진(80) 할아버지가 북측에서 온 조카 최용순, 최용복씨와 과일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유성호
"널 보니 마음이 놓인다"김한일(91) 할아버지는 동생과 조카에게 북측에서 돌아가신 어머니의 기일을 확인했다. 어머니 제사상이라도 차리고 싶었지만 날을 알지 못했다. 할아버지는 조카에게 들은 날을 남측 아들에게 적어두라고 볼펜을 쥐여줬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가 몇 년이었는지 어머니는 그때 몇 살이었는지 묻고 또 물었다.
할아버지의 여동생(김영화·76)은 오빠에게 해주고 싶은 것이 참 많았다. "오빠 한 번만"이라며 자신이 들고 있던 물컵을 할아버지에 입에 갔다 댔다. 동생은 그렇게 오빠에게 물 한잔을 직접 먹일 수 있었다.
신재천 할아버지 역시 여동생에게 북측에 남아있던 어머니, 아버지의 소식을 들었다. 할아버지는 "엄마, 아버지한테 밥 한 그릇 못 해 드린 게 마음에 걸렸는데, 널 보니 마음이 놓인다"라고 눈물을 보였다.
할아버지는 여동생이 선물한 어머니 사진과 동생의 얼굴을 번갈아 봤다. 동생의 얼굴에 어머니가 있었다. 할아버지는 "딱 이 모습이야, 딱 보니까 그래. 피는 못 속여"라고 말했다. 이어 사진을 접어 양복 안주머니에 넣었다. 마음으로 그렸던 어머니의 모습을 이제야 마주했다.
단체 상봉이 종료됐다는 안내가 나왔다. 남매는 어렵사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동생은 할아버지의 한복 옷고름을 매만지며 고쳐줬다. 먼저 자리를 뜨는 할아버지를 북측 동생은 하염없이 바라봤다. 두 시간 후 만날 텐데,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동생의 손수건이 계속 젖었다.
이날 단체상봉을 마친 남북이산가족은 오후 7시부터 북측이 주최한 환영만찬에서 마주했다. 오후 7시 17분경 시작된 만찬은 9시 19분경 마무리됐다. 남북 이산가족들은 다음날인 21일에는 숙소에서 오전에 2시간 동안 개별상봉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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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이 모습, 피는 못속여"... 68년만에 알게 된 어머니의 기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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