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주거복지센터 입구
김환주
Q. 활동 중에 갈등이나 문제가 있다면?
갈등이 있는 건 아니고요. 오히려 집 때문에 몇 천만 원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은데, 저희가 지원할 수 있는 금액은 몇 십 만원 또는 몇 백만 원 정도에 불과해서 제대로 해결해드리지 못할 때가 많아요. 사실 저희는 위기에 당면한 주민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드리는 촉매 역할을 하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저희 지원이 부족해서 선뜻 해결이 되지 않을 때가 제일 힘들고 어려워요.
주거 상담을 하면서 주거문제가 국가 시스템의 문제라고 생각할 때가 많아요. 예를 들면 병원비 때문에 집을 팔고 전세에서 월세로 바뀌게 되고 이어 월세도 밀리면서 전전긍긍하고 있는 분들 정말 많은데요. 천문학적인 병원비 중에 국가가 일부 지원을 하면 집 걱정을 덜 수 있는 주민들이 많아질 수 있거든요. 의료복지시스템이 잘 갖추어져 있으면 주거 문제도 해소될 수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의료비를 대폭 지원하거나 무상의료를 제공하는 복지국가들이 있잖아요. 우리나라에도 필요하다는 것이죠.
또 다른 예로 월세가 체납돼서 상담 받는 분도 정말 많은데, 체납된 이유가 몸이 아파서 일을 못 나갔기 때문이더라고요. 아파서 결근할 때도 급여의 일부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면 여러 사람의 주거 걱정이 해결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제가 말씀드린 사례가 일부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개인의 문제일 수 있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사례와 비슷한 일들을 겪고 있어요. 그럼 이건 사회문제일 수밖에 없죠.
Q. 가장 많이 찾아오는 주거 상담은 어떤 게 있나요?
주로 사업을 하다가 망한 분들이 상담에 많이 오시죠. 엄청난 부채를 떠안고 거리 노숙을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요. 이 사례에서는 "왜 우리 사회에서는 실패했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안전망이 없을까?" 라는 질문을 던져야 해요. 선진국에서는 사업에 실패해도 재기할 수 있는 안전망이 있는데, 우리는 왜 없냐는 것이죠. 사업실패는 개인의 문제일 수 있지만, 그 뒤에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들어주는 건 국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Q. 윤지민 선생님께 주거란 무엇인가요?
주거가 없으면 죽을 수밖에 없죠. 상담 받는 분 중에 죽음의 문턱까지 간 사람들이 많아요. 집에서 쫓겨나고, 인간관계가 다 끊어진 상황에서 자살을 생각하는 분들이 많거든요.
Q. 집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에 무엇이 필요할까요?
일단 집을 상품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사라져야 돼요. 집이 부동산 상품으로 인식되는 한 주거문제는 해결될 수 없습니다. 또 하나 필요한 것은 수백 채씩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정당한 세금이 부과되어야 합니다. 가진 자에게 세금을 제대로 걷지 않아서 일어나는 불평등을 해소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세입자들이 이사를 강요받지 않고 같은 집에서 계속 살 수 있어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전월세 상한제도 도입되어야 하고요.
Q. 주거복지센터의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일단 종로주거복지센터가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안정화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보통 2-3년 정도 되어야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하거든요. 저희도 시간을 두고 종로구 주민들과 만나고 소통하면서 마을공동체, 또는 네트워크에 스며들어야 할 것 같아요. 관악구에는 긴급주택이 있어요. 집에서 쫓겨난 사람들이 1-2년 정도 머무를 수 있게끔 잠시 동안 주택을 제공하는 제도가 있는데요. 아직 종로구에는 이런 제도가 없어요. 이 제도를 시행하려면 조례도 만들어야 하고, 종로구 정치인에게 요구도 해야 합니다. 그런 활동이 필요할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은?
우리나라에는 문제가 참 많죠. 그런데 사지선다 형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에요. 왜 문제가 발생했는지 다양한 측면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아야 해결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의 심리문제 같은 미시적인 것부터 국가의 정책, 시스템과 같이 거시적인 것까지 다양하게 살펴보아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 거라고 봐요. 시민과 정부, 지자체가 함께 동반자가 되어서 끈기 있게 새로운 해법을 찾아보는 노력을 할 때 사회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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