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하고 싶은 아이 마음도 알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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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출근길에 보고 들은 목격담을 그대로 옮긴 거다. 누가 보든 말든 엘리베이터에서 화장을 하는 아이1도 놀랐지만, 아이2의 말이 더 놀라웠다. 그러고 보니 열두살 딸아이를 둔 아는 동생도 비슷한 고민을 털어놨다.
"사춘기가 시작됐는지 어느 날은 '엄마 난 별로 안 예쁜 것 같아', '친구 OO보다 안 예뻐'란 말을 하는 거야. 그렇지 않다고 너도 예쁘다고 말했는데, 조금 속상했어."
"내가 다 속상하다야... 근데 외모에 대해 고민하는 아이에게 '너도 예뻐'라는 말은 그다지 공감되지 않을 것 같아. 그런 뻔한 말 말고 다르게 해줄 수 있는 말은 없을까?"
"외모는 상대적인 거라는 말도 해주고. 넌 피구를 그 친구보다 잘하지 않냐는 말도 해줬는데, 크게 수긍하는 것 같지는 않더라고."
- 아... 심샘. 아이들 키우면서 이럴 때 정말 속상한 것 같아요. 저희 둘째 아이가 7세때, 어린이집 친구 아빠가 "너는 얼굴이 네모나구나"라고 했다면서, "내 얼굴은 네모네" 하고 말하는데 화가 날 지경이었어요. 그날부터 아이는 스스로 얼굴이 '네모나다'고 생각해요. 외모에 자신 없어 하고요. 그 아빠는 왜 애한테 그런 말을 했는지, 네모면 어떻고 세모면 어때요? "격하게 공감이 가는 이야기에요! 제 이야기만 풀어도 4박 5일은 걸릴 텐데... 저 역시 어렸을 때 외모에 대한 평가와 비교하는 말을 많이 들으며 자랐던 기억이 나요. 다양한 방식으로 여러 차례 얼평(얼굴평가)을 들은 후부터 점점 외모에 자신이 없어지고 위축이 되곤 했어요. 스스로를 좋아하기가 참 힘들더라구요. 외모 때문에, 그게 뭐라고!"
- 저도 그랬어요. 엄마가 지금도 그렇지만, 저 키울 때는 훨씬 더 예쁘셨어요. 그런데 주변에서 절더러 엄마 닮았다고 하면 왠지 아닌데, 놀리는 것 같아서 기분이 나빴어요. 위축되고. 사춘기 때라 더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심샘도 큰아이가 외모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들었어요."네, 맞아요. 제 큰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갑자기 살이 쪘어요. 그걸 보고 주변 어른들과 같은 반 친구들이 '살이 쪄서 미워졌다', '남자애도 아니고 여자애가 배가 나와서 어떻게 하냐', '야 이 돼지야!' 등과 같은 말을 쉽게 하는 거예요.
아이가 그런 이야기들을 듣고 자신의 몸이 예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아요. 3학년인데 아무 생각 없이 노는 듯해도 외모 이야기가 나오면 자기 외모를 개그 소재로 삼으며 '셀프 디스'를 해요. 종종 자신의 몸이 싫다며 울먹이기도 하고요. 그걸 지켜보는 제 마음도 사실 편치만은 않아요(배 나온 게 어때서!)."
- 다른 나라도 그렇겠지만 한국사회는 한 사람의 인생에서 외모가 미치는 영향이 참 큰 곳같아요."그렇죠. 그런 사회 분위기 때문에 외모로 인해 생기는 특권과 차별 등을 경험하기도 쉬워요. 이런 경험들이 쌓이다 보면 다른 사람 또는 사회가 원하는 외모 기준에 날 맞추려고 지나치게 애쓰게 되거나, 맞추지 못해 스스로를 혐오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져요. 나아가 자녀들이 외모 때문에 받게 될 스트레스와 차별이 두려워 외모에 대한 부담과 압박을 주기도 쉽지요.
하지만 우리가 바라고, 우리에게 요구되는 미의 기준은 시대에 따라 달라지잖아요. 그런데도 그게 무엇이든 일단 기준이 되어버리면 그 기준과 다른 모습들은 '틀리'거나 '모자란' 것으로 취급받는 부작용이 따라와요. 사람은 그 모습과 매력이 다르고 가진 재능도 다양한데 정해진 미의 틀 속에서 서로를 평가하고 심지어 외모로만 사람 자체를 판단하다니... 답답하고 안타까운 일이에요."
- 아이들도 아이돌 그룹을 보며 얼평하는 걸 들어보면 좀 걱정스러워요. 어느 남자 아이돌을 보고 '극혐'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그런 표현이 친구 관계에서도 튀어나올 수 있잖아요. "'무심코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다'라는 속담이 있잖아요. 무심히 혹은 농담이라고 던진 말에 듣는 사람의 내면이 멍들고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해요. 그걸 아이들에게도 알려줘야 하고요.
특히 외모 자체가 특권이자 능력이자 인성으로까지 평가받는 사회라면 상대의 생김새에 대한 말은 폭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어요. 실제 폭력이 되기도 하구요. 일부러 좋은 말만 할 필요도 없지만 '평가'나 '지적'은 더더욱 조심하기! '외모지상주의'에서 벗어나는 중요한 시작이에요. 당장 부모들부터 자녀들 '얼평'하지 말자고요.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받는 상처가 제일 크다는 거 꼭 기억하셔야 해요."
- 하하, 제 어릴 적 일이 딱 그 경우네요. 어릴 적에 엄마한테 예쁘다는 말을 별로 들어본 기억이 없어요. 당연히 스스로 예쁘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죠. 그런 경험 때문인지, 저는 일부러 아이들에게 예쁘다는 말을 해요. 가끔 아이들 얼굴을 빤히 볼 때가 있는데, "엄마 왜 그렇게 봐?" 하고 물으면, "너가 참 예쁘고 좋아서"라고 말해요. 그렇게 말해주면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는데, 좀 크더니 별로 안 믿는 눈치에요. 진짠데."제 생각해도 '너도 예뻐' 이런 말은 별로 위로가 안 되는 것 같아요. 그건 마치 열심히 다이어트 중인데 '뺄 살이 어딨니?'라고 말하는 거랑 같은 거 같아요. 말 한마디로 스스로를 좋아하게 되고 자신감 뿜뿜 할 수 있는 마법의 단어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이들이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하는 모습을 볼 때 어떻게든 자신감을 회복 시켜주고 긍정적인 생각을 심어주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해요. 하지만 말씀하신 대로 덮어놓고 "예쁘다"고만 말한다고 위로가 되거나 생각이 쉽게 달라지는 거 같지는 않아요. 때로는 더 심한 짜증을 유발할 수도 있구요.(덜덜~)
저희 큰 아이도 제가 무조건 이쁘다고 말하면 "아니거든!", "엄마 눈에나 그렇지!!"라며 받아치는 걸 보면 부모의 눈은 객관적이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듯해요. 그게 사실이기도 하구요. 어렸을 때를 돌아보면 (착한)어른들이 '안 꾸며도 이쁘다', '화장 안 해도 이쁘다', '그냥 이쁘다' 같은 말을 해주셨는데 별로 들리지 않고 결국 내 생각, 내가 원하는 걸 더 중요하게 여겼던 거 같아요. 지금은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너무 잘 알게 되었지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