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패트리셔차인재(임인재) 지사의 외손녀인 윤패트리셔(한국이름 윤자영)씨는 외할머니 이야기를 실타래 풀듯 술술 들려주었다.
이윤옥
미국에서 독립운동을 하신 차인재(1895-1971, 2018년 애족장) 지사의 외손녀딸인 윤패트리셔(한국이름 윤자영, 71살)씨가 한 말이다.13일(현지시각) 오후 7시, 기자는 차인재 지사의 외손녀 윤패트리셔씨가 살고 있는 헌팅턴비치의 조용한 단독주택을 찾았다. 윤패트리셔 집은 기자가 묵고 있는 로스앤젤레스 코리아타운으로부터 승용차로 1시간 여 거리에 있는 헌팅턴비치 주택가에 살고 있었다. 이곳은 정원을 갖춘 2층짜리 집들이 즐비한 곳으로 조용하고 깔끔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방문 전 기자는 전화로 미국에서 활동한 여성독립운동가에 대한 유적과 후손들을 만나기 위해 한국에서 왔다고 밝히고 외할머니(차인재 지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는 "외할머니 사진은 제가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만 외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해드릴 게 없습니다. 취재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라고 했다. 내심 걱정하며 찾아갔지만, 그는 칠순의 나이에도 생각보다 달변가였다.
외할머니 이야기 풀어낸 손녀 윤패트리셔씨는 찾아간 기자를 위해 커다란 유리컵에 얼음을 동동 띄운 냉수를 내왔는데 유리컵을 테이블 위에 놓자마자 기자는 며칠 전 윤패트리셔씨의 외할머니(차인재, 미국이름 임인재)와 외할아버지(임치호)가 묻혀있는 로스앤젤레스 로즈데일무덤에 다녀와서 찍은 사진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외손녀는 자기도 자주 가보지 못하는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무덤을 다녀와줘서 고맙다는 말을 시작으로 하나둘 외할머니와의 추억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이야기는 주로 외할머니가 자신에게 한국말을 배우게 하려고 현지 '국어학교(한국인학교)'에 보낸 이야기, 로스앤젤레스에서 식료품 가게를 하던 외할머니가 억척스럽게 부(富)를 일군 이야기, 당시 미국 여자들도 운전하는 이가 드물던 시절, 운전면허를 따서 손수 운전하던 이야기 등등 외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술술 실타래 풀듯 풀어 놓았다.
한 30여분만 이야기를 나눌 거라고 생각한 대담은 2시간이 넘도록 끝나질 않았다. 이야기를 하다 보니 윤패트리셔씨는 독립운동가 외할머니에 대해 "아는 이야기 없는 게 아니라 말할 기회가 없었던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외할머니(1971년 사망) 살아생전이나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 고국에서 누군가 찾아와서 독립운동 이야기를 물어온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외손녀인 윤패트리셔씨는 외할머니의 독립운동이 크고 중요한 일인 줄은 잘 몰랐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