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에화춘의 길거리 공연어둠이 내리면, 타이둥의 옛 기차역 주변 곳곳에선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우리로 치면 군 단위의 작은 도시인데, 예술의 향기 가득한 밤 풍경이 조금은 부러웠다.
서부원
도시에 어둠이 깔리면 티에화춘에는 열기구 모양을 한 수백 개의 전등이 가로등처럼 불을 밝혀 색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매 주말과 휴일 저녁이 되면, 이곳에선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들과 주민, 관광객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축제의 마당이 펼쳐진다. 옛 기차역 주변은 순식간에 '예술의 거리'로 탈바꿈되며, 낭만과 열정의 파티가 밤새 이어진다.
어둠이 내리면, 티에화춘 거리 곳곳에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울려 퍼진다. 기타와 베이스, 드럼 등을 모두 갖춘 록밴드부터 색소폰과 바이올린 독주, 어쿠스틱 기타에 해금 연주를 입힌 젊은 음악인들의 라이브 공연이 동시에 펼쳐진다. 비록 지역에 사는 아마추어 예술가들이 꾸미는 무대라곤 하지만, 연주 실력만큼은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
개중엔 곁에 자신들의 앨범을 쌓아두고 판매하는 이들도 많다. 길거리 공연을 등용문 삼는 듯한 앳된 연주자도 있고, 서로 다른 악기로 아름다운 화음을 만들어내는 젊은 부부 악사의 모습은 정겹기만 하다. 낡은 철로 곁 넓은 잔디밭에서는 벼룩시장도 열리는데, 지역 예술가들이 직접 만들어 파는 악기와 그림, 고급스러운 장신구 등이 눈길을 끈다.
탁 트인 공간에 입장료가 있을 리 없고, 수준 높은 연주에 대가를 요구하지도 않지만, 이곳을 찾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기꺼이 지갑을 연다. 물건을 사라고 부추기는 이도 없고, 바가지 상혼에 눈살 찌푸릴 일도 없어 오랫동안 그곳에 머물고 싶어진다. 타이둥의 티에화춘은 낮엔 편안한 휴식을, 밤엔 뜨거운 열정을 그 누구에게든 무상으로 제공한다.
가오슝의 보얼 예술특구와 타이둥의 티에화춘은 외관상 낡고 보잘것없는 공터에 불과하지만, 두 도시의 어엿한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청년 예술가들이 자발적으로 '생산자'가 되고, 주민과 관광객들이 '소비자'로서 즐겨 찾다 보니 시나브로 그렇게 된 것이다. 크고 높고 화려한 새 건물이 도시의 주인 행세를 하는 시대는 갔다는 점을 두 곳은 증명하고 있다.
예컨대, 보얼 예술특구에서 올려다 보이는 '85 스카이 타워'는 타이완에서 가장 높은 전망대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빠른 승강기를 보유한 것으로 유명한 가오슝의 최고층 건물이다. 한때 타이베이에서 가장 높은 '101 빌딩'과 경쟁하며 가오슝을 대표하는 명소였다지만, 지금 그러한 '순위'에 집착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전형적인 후진국형 관광지라는 인식 때문이다.
일정상, 예술의 향기 가득한 티에화춘의 밤 풍경을 불과 몇 시간밖에 보지 못한 게 이번 여행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이다. 그나마 보얼 예술특구는 국제공항이 있는 가오슝에 자리한 덕에 출국하기 전날 한 번 더 둘러볼 수 있었다. 시간이 남아서라기보다 처음 갔을 때의 감동을 잊지 못해 부러 다시 찾은 것이다. 몇 번을 가도 또 가고 싶고, 오래 머물고 싶은 곳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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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미뤄지고 있지만, 여전히 내 꿈은 두 발로 세계일주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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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없는데... 여기가 도시의 '랜드마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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