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여야 원내대표들에게 대접한 음식문재인 대통령이 16일 낮 청와대에서 여야 5당 원내대표와 함께한 오찬에 협치를 기원하기 위해 5당의 상징색을 사용한 오색비빔밥이 나왔다. 오색비빔밥에는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블루 버터 플라워', 자유한국당을 상징하는 붉은색 무생채, 바른미래당을 상징하는 민트색 애호박나물, 민주평화당을 상징하는 녹색 엄나물, 정의당을 상징하는 노란색 계란지단이 들어갔다.
연합뉴스
말복인 8월 16일,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여야 5당 원내대표들과 오찬을 함께했다. 협치를 당부하기 위한 식사 자리였다. 그런데 오찬에 나온 음식이 이른바 '탕평 음식'이라 할 만하다.
메뉴는 비빔밥과 삼계죽이었다. 이중에서 비빔밥을 통해 탕평의 이미지가 어느 정도 구현됐다. 민주당을 상징하는 파란색 블루 버터플라워, 자유한국당을 상징하는 붉은색 무생채, 바른미래당을 상징하는 민트색 애호박나물, 민주평화당을 상징하는 녹색 엄나물, 정의당을 상징하는 노란색 계란고명이 들어갔다고 한다. 비빔밥 자체도 그렇고, 다섯 가지 색도 그렇고, 현대판 탕평인 협치의 메시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고안이라 볼 수 있다.
지난 4월 27일 판문점 정상회담 만찬 메뉴에서는 소통과 통합의 메시지가 표현됐다. 문재인 대통령이 어린 시절을 보낸 부산,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유년 시절을 보낸 스위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전남 신안 및 경남 김해, 작곡가 윤이상의 고향인 경남 통영,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북한에 보낸 소떼를 사육한 충남 서산 등과 관련된 음식들이 등장했다. 디저트로는 독도를 포함한 한반도 지도가 들어간 망고무스 '민족의 봄'이 올라갔다.
민족 통일에 애쓴 남쪽 사람들과 관련된 음식을 내놓음으로써 화기애애한 이야깃거리를 만듦과 동시에, '우리는 하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차림표였다. 4월 27일의 판문점 만찬과 8월 16일의 청와대 오찬은 '하나 됨'이 강조됐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메뉴 하나하나에까지 세심한 배려를 한다는 것은 아름답고 즐거운 일이지만, 음식을 먹으면서까지 정치적 고민을 해야 한다는 것은 사실은 서글픈 일이다. 참석자 개개인의 음식 취향이나 건강상태를 고려하기보다는 정치적 분위기나 사회 상황을 고려해 메뉴를 결정해야 할 만큼 사회가 불안하다는 의미다. 남북으로 갈라지고 남남으로 쪼개진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반영하는 대목이다. 단단하게 통합된 사회라면, 식사 자리에서까지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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