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은 추억으로 가슴에 새겨주자. 꼭 물건으로 소유해야만, 추억도 소유되는 것은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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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리려고 하면 다양한 미련으로 선뜻 움직이지 못했던 손놀림도 이제는 조금씩 가벼워지고 있다. 추억 어린 신혼 소품들은 혹시나 지역 카페에 올리면 원하는 사람이 가져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글을 올렸다. 다행히 제일 먼저 신청하셨던 분께 깨끗하게 씻어 드렸다. 내가 예뻐하던 소품이 버려지지 않고 누군가의 손길에 재탄생 된다 생각하니 미니멀라이프의 위안이 된다고 할까? 추억과도, 익숙함과도 예쁘게 결별하는 것 같다.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면서 가장 힘든 것이 갈등이다. 버려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내 마음속에서는 수많은 생각으로 갈등의 연속이다. 그렇게 정신적으로 에너지를 쏟기가 싫어서일까? 버리고 비우기가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시댁에서 신혼 생활하던 때, 나는 어머님의 생활 방식을 이해하지 못했다. 오래되고, 낡고 실용성이 떨어지는 묵은 살림을 끝내 아깝다며 버리지 못하셨다. 어머니는 집안 곳곳 묵은 살림으로 그간 어머님의 삶의 궤적을 남기셨다.
세월이 흐를수록 묵은 살림이 많아지는 이유가 버리기 아까워서다. 열심히 벌어서 내 돈 주고 산 것이 부질없어지는 행동이 되기 때문에, 비싼 돈 들여 구입했던 내 물건들이 한순간에 쓰레기로 전락당하는 것 같아서, 그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 들인 시간과 정성, 노력 그리고 추억까지도 물거품이 되는 것 같아 쉽사리 버리기 힘들다. '내 재산, '내 물품'이라는 소유욕 때문에 말이다.
나 역시 가장 버리기 힘든 것이 추억이 담긴 물건이다. 처음 신혼여행지에 가서 우리 둘만의 미니 투어로 구입했던 옷, 그리고 첫 취업 축하 선물로 받은 옷, 엄마가 나 엄마 되었다고 직접 사준 임부복, 그리고 동생이 언니 취업 축하 기념으로 사준 옷, 남편이 연애 시절 사준 지갑 등 예쁜 추억이 담긴 물건들은 버리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소유하지 않는다고 해서 추억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안다.
미니멀라이프 실천을 위한 버리기는 나와 오랜 세월 함께하면서 익숙해진 것들과 결별부터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어쩌면 미니멀라이프에서 가장 필요한 건, 오랜 시간 함께해서 경각심도 없이 당연한 듯 소유하고 살았던 필요 없는 것들과의 결별 선언이 아닐까? 나는 오늘 신혼 시절 추억만 갖고 있던 익숙함과 결별을 했다. 미니멀라이프를 실천하는 동안 10년 넘은 살림살이와 묵은 짐과도 결별하는 과정 중에 있다.
추억은 추억으로 가슴에 새겨주자. 꼭 물건으로 소유해야만, 추억도 소유되는 것은 아니니까.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하면서 현명하게 버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현명하게 구입하는 것이다. 어쩌면 아주 단순한 진리를 나는 결혼 생활 10년이 흘러서야 깨닫고 산다. 왜 그렇게 물건에 휘둘리며 조급해하며 휘둘리고 살았을까? 내 지갑의 돈인데 마치 물건이 주인인 양, 물건의 노예가 된 것처럼 나는 물건을 떠받들고 살았던 게 아닐까?
염원했던 우리만의 공간을 이제는 채움이 아니라, 비움으로써 여백의 미를 느끼며 심리적 여유를 느끼며 사는 삶이 훨씬 윤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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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업은 회계팀 과장, 부업은 글쓰기입니다. 일상을 세밀히 들여다보며 기록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취미로 시작한 글쓰기가 이제는 특기로 되고 싶은 욕심 많은 워킹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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