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포항에 놓인 꽃게잡이 통발 저 너머로 할미 할아비 바위가 보입니다.
김학현
끝이 또 다른 시작
잊혀진 얼굴이 되살아나는 저만큼의 거리는 얼마쯤일까
바람이 불어 와 볼에 스치면 다시 한 번 그 시절로 가고 싶어라
아 이 길은 끝이 없는 길 계절이 다가도록 걸어가는 길
아마 이게 2절일 거예요. 시작이 끝이 되고 끝이 시작이 되는 길이라면 아마도 끝은 없을 겁니다. 그래서 갑자기 옛 이야기 담긴 박인희의 노래가 떠오른 거죠. 솔직히 말하면 글을 쓰며 인터넷의 도움을 받아 노래 말을 올렸답니다. 걸으면서는 앞부분은 웅얼대고 후렴만 무한 반복했답니다.
그래도 신납니다. 시작과 끝의 오묘한 진리를 터득했으니까요. 걷는 길만이 아니라 인생길도 끝이 없지만 오붓하게 걸어보렵니다. 돌부리가 발을 잡겠지요. 논두렁이 질퍽하니 바짓가랑이를 붙들겠지요. 등걸이 신발을 차겠지요. 그래도 웃으며 걸으렵니다. 또 다른 시작을 위하여.
안면도의 꽃지해변을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러나 방포항을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거기가 거기거든요. 꽃지해변은 항구가 없답니다. 꽃다리를 사이에 두고 할미 할아비 바위를 모두 바라보고 있답니다. 방포항도 꽃지해변도. 그런데 사람들은 그 유명한 꽃지해변은 알아도 방포항은 모르는 거예요.
왜 그럴까요. 나도 모르죠. 매스컴의 위력인지 꽃지해변의 위력인지 하여튼 그래요. 하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꽃지해변의 매력보다는 방포항의 매력이 팔색조 마냥 더 많다는 거 말하고픕니다. 무엇보다 내 단골 횟집이 바로 이곳에 있답니다. 물론 안면도의 횟집 하면 백사장항에 많이 모여 있습니다. 방포항은 그 숫자로 보면 백사장항보다는 적습니다.
그러나 여유자적 즐기려면 방포항이 제격입니다. 왁자지껄 즐기려면 백사장항이고요. 동네 사람은 방포항 식당가, 여행객은 백사장항 식당가,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게국지를 하는 식당들이 정당리와 승언리를 타고 가는 국도변에도 늘어서 있죠. 선택은 자유랍니다. 개중에는 매스컴 한두 번은 기본인 식당들도 많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내 개인적인 식견으로는 매스컴 탄 식당이 더 잘한다고는 추천하고픈 마음이 없습니다. 본토박이의 단골과 여행객의 단골이 다른 건 다들 아시죠. 맛집 추천 부탁한다면 기꺼이 도와드릴 용의가 있습니다. 허허.
팔색조의 매력이 있는 방포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