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김병준 비상대책위원장과 김성태 원내대표(자료사진)
남소연
이들의 주장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역시 1948년을 대한민국 건국의 해로 인식했다는 사실을 부각해 건국절의 일반성을 피력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건국 발언은 그 의미가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봐야 한다. 왜 그럴까? 건국절 논란이 본격화되는 시기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이후다. 그 이전에는 건국과 정부 수립을 혼재해 사용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김대중 정부의 경우 IMF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국가쇄신의 일환으로 '제2건국추진위원회'를 결성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며, 노무현 대통령은 퇴임 후 "그것은 그 세력들의 평가"일 뿐이라고 건국절을 강하게 일축한 바 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가 1948년 건국을 당연시했다는 김 위원장과 김 원내대표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다. 실제 노무현 정부 이전까지는 건국절과 관련된 논란 자체가 없었다. 건국절 주장은 2006년 서울대 경제학부 이영훈 교수가 <동아일보>에 기고한 '우리도 건국절을 만들자'라는 칼럼에서 시작됐다고 알고 있다. 이 교수의 칼럼을 기회로 뉴라이트 등 보수진영이 식민지근대화론, 친일과 독재 미화, 과거사 청산 반대 등을 앞세우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이 오늘에 이른 것이다.
2007년 정권 교체는 건국절 제정 움직임에 날개를 달아준 셈이 됐다. 뉴라이트는 보수정부였던 이명박 정부 아래에서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 광복절 행사가 '63주년 광복절이자 건국 60주년' 기념식으로 치러지면서 정치·사회적으로 격렬한 논쟁에 휩싸이게 된다. 이후 보수진영의 건국절 제정 움직임은 점점 더 노골적으로 진행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6년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아예 '건국 68주년'이라며 건국절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그러나 보수진영의 건국절 주장은 논리가 모순되고 근거가 빈약하다. 1948년 7월 17일 제정된 제헌헌법 전문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에 빛나는 우리들 대한민국은 기미 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 위대한 독립정신을 계승하여 이제 민주독립국가를 재건함에 있어서..."라는 문구로 시작한다.
보수진영이 '국부'로 추앙하는 이승만 정부 역시 제헌헌법 전문이 실린 관보 1호의 연호를 '대한민국 원년 9월 1일'이 아닌 '대한민국 30년 9월 1일'로 표기했다. 그런가 하면 이승만은 초대 국회 개원 행사에서는 "민국 연호를 기미년으로 기산하여 '대한민국 30년'에 정부수립이 이루어졌다"고 축사를 하기까지 했다. 이는 대한민국이 임시정부 수립으로 건립됐고, 1948년 민주독립국가로 재탄생됐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명백한 증거다.
보수진영의 건국절 주장은 "대한민국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고 명시된 현행 헌법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다른 한편으론 1919년부터 대한민국 건국까지 30여년의 역사가 송두리째 부정돼 중국과 일본의 역사왜곡에 대응할 명분과 근거가 사라지게 되는 문제점도 안고 있다.
1948년 8월 15일을 건국절로 제정할 경우 파생되는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의 빌미가 된다는 점, 38선 이남만이 국토로 인식돼 한반도 전체를 영토로 규정한 현행 헌법의 영토 규정과 충돌한다는 점, 남북 단절이 공식화됨으로써 분단체제 극복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 등 건국절의 반역사성과 반헌법성을 입증할 사례들은 한 둘이 아니다.
그럼에도 한국당을 필두로 보수진영 일각에서는 여전히 건국절 제정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 논리도 근거도 희박한 건국절 주장의 이면에 어떤 정치적 의도가 도사리고 있는지 삼척동자가 다 알고 있는 데도 말이다. 저들에게는 박 전 대통령의 면전에서 건국절을 호되게 꾸짖은, 아직도 귀에 생생한 김영관 옹의 날선 일침이 들리지 않는 모양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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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절 군불 때는 한국당, 독립운동가의 일침 안 들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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