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인걸
며칠이 지나 밭에 가보니 이런... 고춧잎이 다 말라있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올해 고추농사는 다 망쳤다'라고, 아내에게 그 이야기를 하니 식초를 희석해서 뿌렸어야 했다고 핀잔을 준다. 속이 편치 않았다.
나중에 다시 가보니 새잎이 나기 시작하고 다시 꽃이 폈다. 희망을 갖고 농약방으로 가서 세 가지 농약을 받아와 뿌렸다. 안심이 됐다. 며칠 후 다시 가보니 풋고추가 달렸다. 이제 성공이구나.
그런데 어느날 군데 군데 고추끝이 말라 있었다. 주위에 물어보니 탄저병이란다. 고추는 10일 한 번씩 탄저약을 쳐줘야 한단다. 그때 산 농약을 꺼내 얼른 농약을 쳤다. 더 이상 탄저는 번지지 않았지만 고추에 구멍이 뽕뽕 뚫여 있었다. '아, 맞다, 탄저약만 쳤지 나방과 벌레를 물리치는 살충제를 안 쳤구나...'
열흘이 지나 탄저약과 살충제를 섞어서 뿌렸다. 그런데 약봉지가 크기가 달랐다. 자세히 읽어보니 탄저약은 1말(20리터)기준으로 5숟가락이라고 쓰여있고 살충제는 1숟가락이라고 쓰여있는걸 못 보고 똑같은 분량을 섞어서 친 것이었다. '내가 농사를 너무 쉽게 생각했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변에서 말한다. "사서 먹는 게 더 싸게 치인다"라고. 맞는 말이긴 한데, 그래도 손수 지어서 먹고 싶었다.
결국 빨간 고추는 보란 듯이 달렸고 내 마음은 흡족해졌다. 날씨는 무지 뜨겁지만 고추는 잘 마른다. 올해는 손수 지은 고춧가루로 김장을 담근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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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이] 시행착오 끝에 드디어 고추가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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