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수진민주노총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길병원지부 강수진 지부장
김갑봉
- 새 노조 방해 행위는 여전한가, 아니면 달라졌는가?"처음 설립 후 일주일간은 19년 전과 별다른 바 없었다. 하지만 길병원의 비상식적 갑질 경영과 부당노동행위 실태가 언론에 보도된 이후에는 대놓고 하는 부당노동행위는 줄었다.
직원들의 용기도 부당노동행위를 줄였다. 기존 노조 가입을 종용하는 상급자에게 '노조가입을 강요하는 행위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강하게 얘기하니, 강요행위가 줄었다. 부서장과 수간호사가 자발적으로 기존 노조 가입을 권유했다고 보기 어렵다. 자신들의 행위가 옳지 않은 데다 부당노동행위로 신고된다고 하니, 그런 행위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래도 방해는 여전하다. 부서장이 기존 노조에 가입하라고 부하직원들을 붙잡고 울면서 '네가 가입 안 하면 나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종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기존 노조에 가입하는 직원도 있다.
또 어떤 직원들은 기존 노조에 탈퇴원서를 제출했는데, 1시간이 채 안 돼 부서장과 면담을 해야 했다. 19년 전보다 부당노동행위 강도는 덜 하지만, 감시·미행·협박 등을 그대로 하고 있다.
19년 전과 달라진 게 있다면 촛불혁명이다. 아마도 촛불혁명이 없었다면 부당노동행위는 심각했을 것이다. 촛불혁명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한림대의료원·동국대병원·건양대병원·국립암센터 등 26개 사업장에 노조가 설립됐다. 우리도 이 영향을 받았다.
19년 전 민주노조를 설립했다가 좌절했던 아픈 경험을 안고 있기에, 이번에 보여준 동료들의 뜨거운 반응을 더욱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 새 노조도 설립 목적과 다르게 흔들릴 수 있다. 와해되지 않게 수평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토론문화를 확산하고, 서로 살피고 배려하는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 사측은 새 노조에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나?"보건복지부 공무원 뇌물 공여와 정치인 불법정치자금 후원 혐의로 병원장이 입건돼 수사를 받자, 새 병원장을 임명했다. 새 노조 설립 후 일주일 뒤에 새 병원장이 왔는데, 공식적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우리는 새 병원장에게 대화하자는 취지로 공문을 보냈는데, 복수노조가 있는 상황이라 중립적 입장을 취하겠다고만 했다. 그런 뒤 개별 교섭을 통보했다. 굉장히 이례적인 일이다.
복수노조가 있으면, 사측은 우선 교섭창구를 단일화하기 위해 복수노조에 자율교섭 기간을 준다. 노조가 복수이면 임금·단체협약을 체결하는 게 복잡하니, 노조끼리 협의해 교섭 요구안을 만들어 교섭창구를 단일화해 달라는 주문이다. 노조끼리 협의가 안 되면 조합원 총수의 과반을 차지한 제1노조가 교섭권을 쥔다. 드물게 사측이 각 노조와 개별 교섭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 길병원이 그렇게 됐다.
사측은 전체 조합원의 과반을 차지한 우리 새 노조한테 제1노조 교섭권을 주지 않고, 두 노조와 각각 교섭하기로 했다. 사측이 기존 노조를 더 많이 배려하는 방식으로 새 노조를 차별할 수 있지만, 우리 조합원들을 믿고 우리의 길을 걸으며 원칙대로, 성실하게 교섭에 임할 계획이다."
- 민주노조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길병원 직원 단체 대화방에 병원의 실태를 아프게 꼬집는 글이 올라왔다. '비영리단체가 어느 곳보다 영리를 더 추구한다, 병원에서 정작 직원들은 고통 속에 속은 곪고 뼈는 삭고 있다. 산부인과부터 시작한 길병원이 정작 새 생명의 탄생과 모자 보호를 모른다, 건물과 수익은 점점 늘어나는데 직원들의 형편은 점점 줄어든다, 외부에 뿌릴 돈은 있어도 직원들에게 줄 돈은 없다'고 했다. 이러한 것들을 제대로 바꾸는 노조가 되겠다.
지금은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이 시급하다. 특별근로감독으로 병원 안에 만연한 갑질 행위와 부당노동행위를 규명하고, 근절 대책을 마련하게 하겠다. 그리고 이른바 '공짜 노동'이 사라지게 하겠다.
병원에서 사랑받지 못하는 직원들이 환자나 보호자를 잘 대할 수 없다. 직원들이 일하기 좋은 병원, 직원들을 웃음 짓게 만드는 병원이 좋은 병원이다. 길병원이 일하기 좋은 병원, 이를 통해 환자들도 잘 대우받는 병원이 되게 하겠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는 '돈보다 생명'을 강조한다. 길병원이 인권존중, 환자 중심, 안전중심의 가치를 지키는 병원이 될 수 있게 동반자가 되겠다. 병원의 혁신을 위해 열린 토론문화를 형성하고, 이를 통해 조직문화부터 바꿔가겠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공유하기
"19년만의 길병원 민주노조, 직원들은 이미 준비돼있었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