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남북노동자통일 축구대회가 열리고 있다.
이희훈
그런데 이 경기에서 가장 큰 환호성이 나왔던 것은 양측 선수들이 손을 맞잡았을 때였다. 경기 전반, 우측 돌파를 시도하던 조선직총 선수에 한국노총 수비수 추승우 선수가 넘어졌다.
파울이 선언된 뒤, 조선 직총 선수는 넘어진 추 선수에 다가가 손을 내밀었다. 이에 추 선수가 손을 잡고 일어서면서 서로를 격려하자, 관중들은 골이 나올 때보다 더 환호했다.
한국노총 추승우 선수는 "북한 선수가 손을 잡아주면서 괜찮냐고 해서 괜찮다고 짧게 이야기를 나눴다"며 "당시 관중석에서 나온 큰 환호성도 들었는데, 가슴이 뭉클해지는 기분이 들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과 조선직총 경공업노동자팀이 맞붙은 제2경기. 경기 시작 1분만에 조선직총의 박명국 선수가 벼락같은 오른발 중거리슛을 성공시켰다. 골키퍼 키를 넘긴 공은 포물선을 그리며 골문 오른쪽에 빨려 들어갔다. 프로 선수들의 무회전 킥이 연상되는 멋진 골이었다.
이후 민주노총팀은 왼쪽 오른쪽 측면돌파를 시도하면서 만회골을 노렸다. 하지만 슈팅은 번번히 골문을 빗나갔다. 조선직총은 후반전 추가골을 성공시켰다. 조선직총의 오정철 선수가 자신에게 온 공을 오른발로 트래핑한 뒤, 왼발 슈팅을 성공시킨 것.
민주노총팀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만회골을 노렸지만, 조선직총팀의 단단한 수비를 뚫지 못했다. 결국 경기는 0대2로 민주노총팀의 패배. 경기 막판 양팀 선수들이 볼경합을 하다 충돌로 넘어지자, 남북 선수들은 넘어진 상대편 선수에게 다가가 등을 두드려주기도 했다.
응원전 펼친 관중들, 팀 이름은 부르지 않았다
이날 30도가 넘는 무더위가 계속됐지만 관중들은 경기 막판까지 "통일조국" "우리는하나다"를 외치며 끝까지 선수들을 응원했다. '힘내라' '이겨라'는 구호도 나왔지만, 어느 한 팀을 특정하지도 않았다. "모두 힘내라" "두팀 모두 이겨라"는 의미였다.
관중들은 어느 팀이 골이 넣어도 같이 환호하며 즐거워했다. 경기가 펼쳐지는 동안 경기장 남측에서는 붉은 색 바탕에 흰색 글씨로 '우리는 하나'라는 카드 섹션이 펼쳐지기도 했다.
임혁진(33)씨는 "이곳이 상암이지만 남북축구팀이 어우러지는 모습을 보니, 마치 평양에 온 느낌이 든다"면서 "정부가 아닌 민간에서도 평화를 이야기하고, 통일을 위한 교류를 한다는 점에서 뿌듯한 감정을 느낀다"고 밝혔다.
손희승(22)씨도 "경기에서 골을 넣는 장면보다는 경기가 끝나고 북한 선수들이 관중석 앞으로 인사를 하고,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 장면이 더 기억에 남는 것 같다"면서 "앞으로도 남북간 교류가 더 활발해지는 원동력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