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숯불구이육고기를 별로 안좋아하시는 어머니와의 캠핑에서는 고등어와 새우가 숯불에 올랐다
강상오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달천공원 오토캠핑장은 전 사이트 데크가 있었고 오후엔 나무그늘이 아주 좋아 시원했다. 게다가 샤워장과 취사장에 24시간 온수와 냉수가 콸콸 나왔고 그 덕에 더워질 때면 시원한 물로 샤워하고 나무 그늘 아래서 불어오는 바람에 머리를 말리면 더위가 느껴지지 않았다. 하지만 걱정했던 바와 같이 달천계곡은 물이 별로 없어서 아쉬웠다.
전기 시설은 물론이고 와이파이도 무료로 쓸 수 있어서 더 좋았던 달천공원 오토캠핑장은 집에서도 아침 저녁으로 드라마 꼭 챙겨보는 어머니에게 더 없이 좋은 곳이었다. 야외에서 캠핑하면서도 아침 저녁 드라마를 인터넷 TV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야외에서 하루종일 있으면 심심할까 봐 미리 영화도 몇 편 다운 받아서 노트북에 담아갔는데 신나게 드라마 시청하시는 어머니덕에 영화는 별로 볼 일이 없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어머니와 텐트 안에 앉아 밤 늦도록 고스톱을 치며 다음날 점심 사기 내기를 했다. 고스톱이 치매 예방에 좋다고 하던데 아들과 마주 앉아 맞고 치며 즐거워 하는 어머니를 보니 집에서도 가끔 고스톱을 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머니와 여행을 가면 한방에서 함께 자는 게 가장 좋다. 게다가 캠핑은 일반 여행 가서 각각의 침대에서 따로 잠을 자는 숙소보다 더욱 가깝게 어머니와 도란 도란 얘기 나누다 잠들 수 있어서 좋다. 평소 집에서는 서로 코도 많이 골고 쑥스럽기도 해서 한 방에서 자지 않는데 나가면 그게 자연스러워진다.
30대 중반이 지나면서 언제부턴가 어머니 입에서 '결혼' 이야기가 잘 나오지 않는다.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명절만 되면 언제 결혼할 거냐고 묻던 어머니다. 내가 크게 아파서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내가 하고 싶은 일 하며 살겠다며 직장을 그만두고, 뒷전으로 미루던 어머니와의 시간을 자주 보내게 되면서 그러신 듯하다.
아들내미의 결혼이 걱정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지금 시간이 좋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시는 것 같다. 그리고 이제 나도 어떤 게 진짜 효도인지 이제 잘 모르겠다. 그냥, 계속 미루고만 있던 것 할 수 있을 때 실컷 하자는 생각이다. 내가 어머니와 이렇게 함께 여행을 다니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도 이제는 길게 남지는 않았을 테니 말이다.
2박3일간의 캠핑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추석 연휴 전에 캠핑 한 번 더 가자고 말씀드렸다. 처음 와 본 이 캠핑장이 마음에 들어서 다음 번에도 집 가까운 이리로 오자고, 그리고 캠핑장에서 지내는 내내 어느 자리가 제일 '명당'인지 봐두고 집에 돌아와서 바로 다음 추석 연휴 전 캠핑장을 예약했다.
그렇게 우리는 또 다음 여행을 기약했다. 예전 같았으면 '에이 나가면 돈든다'거나 '너 바쁜데 다음에 가자'고 하셨을텐데 이젠 놀러가자고 하면 어린아이처럼 좋아하시는 어머니를 보며 더 자주 자주 가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왠지, 슬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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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기획과 콘텐츠 제작을 주로 하고 있는 롯데자이언츠의 팬이자 히어로 영화 매니아, 자유로운 여행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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