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기사 더보기 강호는 길고양이였습니다. 동네 철물점에서 매일 밥을 먹고 놀던 강호가 어느 하루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강호는 뒷다리가 심각하게 부러져 앞발로 기어 철물점 주인 앞에 나타났습니다. 그 분의 도움 요청으로 우리는 만났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두 번의 큰 수술을 받은 강호는 두 발 고양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가족이 되었지요. 장애를 얻었지만 늘 씩씩하고 명랑한, 무엇보다 호기심 많은 강호에게 더 넓은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여행을 시작했습니다. - 기자 말강호와 나의 두 번째 여행지는 전라남도 해남, 그 중에서도 첩첩산중에 있어 세상과 접촉이 드물다 하여 옛 이름이 '미세(美世)', 지금은 만안리라 불리는 곳이다. 비행기보다 버스로 이동하니 강호도 나도 훨씬 편안하다. 추가 요금도 없다. 강호는 차에 올라 잠시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곧 졸기 시작했다. 큰사진보기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이명주 이곳이 만안리다. 해남시외버스터미널에서 하루 네 번 있는 시내버스를 타고 들어왔다. 사방이 온통 푸른 논과 밭, 산 그리고 하늘이다. 드문드문 민가가 몇 채. 편의점이나 식당은 물론 작은 점방 하나도 없다. 붉은 벽돌을 쌓아 문과 이름표를 달고 꽃을 그려넣은 승강장 하나가 그림처럼 서 있을 뿐. 큰사진보기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이명주 여기가 강호와 내가 한 달간 살 집이다. 이곳은 다섯 귀촌인들의 집이자 그들이 '미세마을 달학교'란 이름으로 운영하는 농촌학교이기도. 마침 달학교의 시작과 우리의 여행 일정이 딱 맞아 오기를 결심했다. 참가비 15만 원이면 한 달을 먹고 잘 수 있는데다 농사 일과 자연 공부까지 할 수 있다니 쾌재였다. 큰사진보기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이명주 미리 붙인 고양이 밥과 모래 등을 담은 짐이 도착해 있어 곧바로 강호 화장실부터 만들어주고 간식과 물을 챙겨주었다. 강호는 출발 전 아침 식사와 배변 이후 이곳까지 오는 반나절 동안 계속 이동가방 안에 있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잠시 바람을 쑀지만 분명 힘든 여정이었을 거다. 큰사진보기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이명주 반갑게도 이곳엔 동물가족도 여럿 살고 있는데 처음 만난 녀석의 이름은 '코미테'. 예상대로 코 밑에 점이 있다. 강호와 내가 올 줄 모르고 여느 때처럼 방에서 놀고 있었을 녀석이 우리의 방문에 놀라 침대 아래서 사납게 울어댄 것. 큰 짐승인가 싶어 놀랐는데 알고보니 깜찍하고 애교 많은 삼색냥이었다. 큰사진보기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이명주 마침 고양이를 찾으러 온 이곳 사는 사람과 인사를 나누었는데 2년 전 미세마을 달학교에 왔다가 귀촌을 결심했고 곧 인근 마을로 이사를 간다고 했다. 실명 대신 '냐옹'이란 별칭으로 자신을 소개한 그녀 역시 미국에서 구조돼 무려 한국 해남 만안리까지 온 사연 많은 고양이 '아찌'의 가족이었다. 큰사진보기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이명주 얼굴 본 지 두 번 만에 발라당 누워선 온몸으로 친밀감을 표시하는 이 녀석은 '복돌'. 갖가지 식물들이 심겨진 넓은 마당은 물론 동네 어디든 제 맘껏 돌아다닌다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개의 삶이 아닐런지. 하지만 복돌이도 제 발로 이 집을 찾아오기 전까진 어디서 왔는 지 모를 유기견이었다고. 큰사진보기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이명주 복돌이와 달리 줄에 묶여 있는 이 녀석은 '별이'. 다가가도 전혀 반기는 기색 없이 쌓인 볏짚 위에 심드렁하게 누워 있었다. 녀석이 이리 지내는 까닭은 사냥 본능을 주체 못 하고 몇 해 전 함께 살던 아기 고양이를 물어 죽였기 때문이라고. 그 아기 고양이가 바로 앞서 만난 코미테의 자식이었다는…… 큰사진보기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이명주 이 덩치 큰 녀석은 '곰순'. 이름 그대로 곰처럼 체격이 크고 성격은 더없이 온순하다. 곰순은 이곳에 잠시 머물렀던 사람이 자신이 사는 도시의 집에선 더이상 곰순을 키울 수 없다며 부디 맡아달라 하며 떠났다고. 그래서인지 곰순의 표정은 체념과 슬픔이 뒤섞여 보였다. 큰사진보기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이명주 부엌에서 다시 만난 코미테가 슬금슬금 다가와 몸을 부빈다. 주변의 순하고 아름다운 자연 만큼이나 이 안에 사는 사람과 동물들 모두 편안하고 정답다. 앞으로 한 달간 함께 지낼 사람들과 같이 밥을 지어먹고 가벼운 담소를 나누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무척 재밌을 것 같은 두 번째 여행 첫날이다. 큰사진보기 ▲두 발 고양이 강호, 여행을 떠나다 이명주 이전 글 : 강호와 제주 한 달 살기 끝……다음은 해남이다! [영상] 만안리의 까만 밤 만안리에서 맞이한 첫 밤. 이런 까만 밤을, 내 발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하지만 주변에 가득한 자연의 소리를 듣는 밤을 너무도 오랜만에 경험했다. 감격스럽고 겸손해지는 기분이었다. 덧붙이는 글 우리의 실시간 여행이 궁금하다면? facebook.com/pg/travelforall.Myoungju blog.daum.net/lifeis_ajourney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해남 한달살기 #고양이와 여행 #미세마을 #농촌학교 #자연의 소리 추천4 댓글 스크랩 페이스북 트위터 공유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네이버 채널구독다음 채널구독 글 이명주 (sindart) 내방 구독하기 트위터 살아보니 삶은 정말 여행과 같네요. 신비롭고 멋진 고양이 친구와 세 계절에 걸쳐 여행을 하고 지금은 다시 일상에서 여정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바닷가 작은 집을 얻어 게스트하우스를 열고 이따금씩 찾아오는 멋진 '영감'과 여행자들을 반깁니다. 이 기자의 최신기사 '첫사랑' 같은 '끝사랑'이길 바라는 마흔 너머 사랑 영상뉴스 전체보기 추천 영상뉴스 이창수 "김건희 주가조작 영장 청구 없었다"...거짓말 들통 "망언도 이런 망언이..." 이재명, 김문수·김광동·박지향 파면 요구 "한달이면 하야" 언급한 명태균에 민주당 "탄핵 폭탄 터졌다" AD AD AD 인기기사 1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2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3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4 일본군이 경복궁 뒤뜰에 버린 명량대첩비가 있는 곳 5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Please activate JavaScript for write a comment in LiveRe. 공유하기 닫기 자연, 사람, 동물이 더불어 사는 여기는 '미세마을'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톡 밴드 메일 URL복사 닫기 닫기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취소 확인 숨기기 인기기사 어린이집 보냈을 뿐인데... 이런 일 할 줄은 몰랐습니다 "한 번 씻자고 몇 시간을..." 목욕탕이 사라지고 있다 49명의 남성에게 아내 성폭행 사주한 남편 일본군이 경복궁 뒤뜰에 버린 명량대첩비가 있는 곳 '나체 시위' 여성들, '똥물' 부은 남자들 요즘 MZ가 혼술로 위스키 즐기는 이유, 알았다 이창수 "김건희 주가조작 영장 청구 없었다"...거짓말 들통 "낮엔 손주 보고 밤엔 대리운전... 피곤하지 않습니다" '아빠 어디야?'가 불러온 비극... 한국도 예외 아니다 윤핵관과 시한부 장관의 조합... 국가에 재앙 몰고 왔다 맨위로 연도별 콘텐츠 보기 ohmynews 닫기 검색어 입력폼 검색 삭제 로그인 하기 (로그인 후, 내방을 이용하세요) 전체기사 HOT인기기사 정치 경제 사회 교육 미디어 민족·국제 사는이야기 여행 책동네 특별면 만평·만화 카드뉴스 그래픽뉴스 뉴스지도 영상뉴스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대구경북 인천경기 생나무 페이스북오마이뉴스페이스북 페이스북피클페이스북 시리즈 논쟁 오마이팩트 그룹 지역뉴스펼치기 광주전라 대전충청 부산경남 강원제주 대구경북 인천경기 서울 오마이포토펼치기 뉴스갤러리 스타갤러리 전체갤러리 페이스북오마이포토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포토트위터 오마이TV펼치기 전체영상 프로그램 쏙쏙뉴스 영상뉴스 오마이TV 유튜브 페이스북오마이TV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TV트위터 오마이스타펼치기 스페셜 갤러리 스포츠 전체기사 페이스북오마이스타페이스북 트위터오마이스타트위터 카카오스토리오마이스타카카오스토리 10만인클럽펼치기 후원/증액하기 리포트 특강 열린편집국 페이스북10만인클럽페이스북 트위터10만인클럽트위터 오마이뉴스앱오마이뉴스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