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전기 요금 고지서 계속된 폭염으로 전기 사용량이 늘면서 7월 전기료 폭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6일 한국전력 대전본부에서 한전 협력회사 관계자들이 주민들에게 발송할 7월 전기료 고지서를 정리하고 있다. 사진은 한 가정의 전기요금 고지서
연합뉴스
폭염에 전기요금 우려가 커지고 누진제 폐지 국민청원이 이어지자 정부가 대책을 내놨다. 7·8월에 한하여 누진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구간의 상한선을 각각 100kWh씩 올려 1구간은 300kWh 이하, 2구간을 301Wh ∼500kWh, 3구간을 501kWh 이상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1500만 가구에 두 달 동안 1만원 경감을 가져올 수 있는 땜질식 처방에 불과하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폭염을 재난으로 규정했지만, 내용은 국무총리가 말한 '제한적 배려'일 뿐이다. 조삼모사라는 비난이 쏟아지는 건 정부의 안일한 대응 결과다.
누가 나서서 두부값을 밑지고 팔라고 강요한 적은 없다. 지난 40여년 동안 수출기업 경쟁력 강화란 이유로 하루 10시간 이상을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전기를 공급해 왔던 건 기업성장에 목을 맨 역대 정부였다. 기업의 전기 과소비로 전력 공급에 적신호가 켜지면 국민들에게 눈 흘기며 전기요금을 올리고 발전소를 지어온 것 또한 정부였다. 주택용 누진제가 유지되어야 하는 이유, 발전소를 더 지어야 하는 이유, 재벌의 욕심 때문이다. 여기에 편승한 정부 정책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명료한 요구: 두부를 공평한 가격에 공급하라 국민들의 요구는 단순하고 명료하다. 두부를 공평한 가격에 공급하라는 거다. 어디에는 원가에도 못 미치게 팔고, 또 어디에는 한 모 살 때보다 두 모 살 때, 두 모 살 때 보다는 세 모 살 때 더 비싸게 팔아서 폭리를 취하지 말라는 거다. 국민들에게 원가에도 못 미치게 두부를 공급해 달라는 요구가 아니다. 7·8월 한시적으로 요금을 인하한다는 정부 대책은 폭리를 취하던 두부 장수의 선심과 다를 바 없다.
기업은 싼값으로 전기를 써왔고 발전소를 지어서 돈을 벌어왔다. 글로벌기업 삼성이, 포스코가, 현대자동차가 자체 발전소를 갖추지 않는 이유는 하나다. 만들어 쓰는 것보다 사서 쓰는 것이 이익이 되기 때문이다. 부산 주택용 전기 사용량보다 많은 사용량을 쓰는 당진 현대제철소 같은 기업이 스스로 전기를 조달할 수 있다면 발전소를 더 짓자는 주장도 누진제 유지가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사라지게 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들이 원하는 건 사용한 만큼 전기요금을 내고 싶다는 것이지 깎아 달라는 게 아니다.
2016년 박근혜 정부가 3개월 누진제 한시적 인하 정책을 발표했을 때 박지원 의원과 우상호 의원은 다음과 같은 반응을 내놓았다.
'전기세 껌값 인하, 서민 이해 못하는 대통령' '산업용 전기요금 사이의 불균형, 모호한 원가 체계, 복잡한 누진제를 한꺼번에 손보자'2년 전 반응에 다시 눈길이 가는 건 문재인 정부 대책이 박근혜 정부 대책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방증이다.
한국전력은 두부장수가 아니다. 두부와 전기는 본질적으로 다르다. 두부는 선택적 재화지만 전기는 필수적인 재화이기 때문이다. 두부공장보다 못한 전기요금 체계를 두고 2개월 누진제 완화책을 내놓은 문재인 정부, 근본적인 해결책을 벗어나도 한참 벗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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