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에 최강 폭염이 맹위를 떨치는 1일 오후 강원 홍천군 홍천읍 일대 온도가 40.6도를 가리키고 있다. 이날 홍천 기온은 40.6도까지 올라 관측 이래 전국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연합뉴스
올여름은 더워도 너무 덥다. 여름은 더워야 제맛이라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하다 싶다. 낮에는 이글이글 폭염, 미세먼지, 오존, 밤에는 지긋지긋한 열대야까지 사중고(四重苦)에 시달리다 보니 이젠 체력적으로도 한계가 오는 듯하다. 매스컴에서는 '살인적 폭염'이라고 한다. 실제로 더위가 사람을 죽이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무더위로 인해 사람들이 픽픽 쓰러져 죽어 나가는 현실이다. 혹서(酷暑)를 넘어 숫제 재앙에 가깝다.
참을 수 없는, 사람뿐만 아니라 동식물까지 죽이는 폭염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지구별 전체를 위협하고 있다. 올해 초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발표에 따르면, 지구는 장기적으로 뜨거워지는 추세에 있고, 그 원인을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를 꼽았다. 기상 전문가들은 폭염의 주된 원인으로 '열돔 현상(Heat Dome)'을 꼽고 있다.
열돔 현상이란 지상에서 약 5~7km의 상공에서 발달한 고기압이 정체되면서 반원 형태의 열 막을 형성하여 뜨거운 공기를 지면에 가둬놓는 기상 현상을 말한다. 열돔 현상의 가장 큰 원인으로 온실가스 배출 증가에 따른 지구 온난화로 보고 있다. 40년 전인 1980년과 비교해서 지구는 지금 온도가 약 0.8°C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0.8°C라고 하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겠지만, 과학자들의 연구에 의하면 평균기온이 1°C만 더 상승해도 지구별의 미래는 극명하게 달라질 것이라고 한다.
지구 온난화는 단지 평균 기온뿐만 아니라 기후 체계를 완전히 바꾸어 놓기 때문에 한 곳에서 가뭄과 홍수가 잇따르기도 하고, 메마른 숲이 증가하면서 산불 발생 지역도 넓어진다고 한다. 폭염은 인명 피해에만 국한하지 않는다. 전 세계 식량 문제를 일으킬 수 있고, 아스팔트와 공항의 활주로를 녹아내리게 하거나 치솟게 하여 대형 교통사고를 불러올 수 있다.
제갈공명을 전략가로 만든 숨은 공신오랫동안 대단한 자정 능력으로 균형감을 유지하던 지구별이 병이 심해 마침내 신음을 토해내고 있는 듯하다. 따지고 보면 우리는 예외 없이 지구 환경을 파괴한 공범자다. 결국, 자동차나 에어컨 등에서 뿜어내는 온실가스가 폭염의 주범인 셈이다. 또한, 사람들은 그것을 알지만 자동차와 에어컨이 없으면 못 견디는 역설의 처지에 놓여 있다.
오늘도 여전히 자동차는 쉴 새 없이 질주하고 냉방기는 여전히 돌아간다. 정말 우리가 이렇게 에너지를 흔전만전 써도 괜찮은 것일까? 누구는 냉방병에 걸릴 만큼 에어컨을 팡팡 틀어놓는 반면에 가난한 누구는 일사병에 걸리는 게 현실이다. 조금 편해지자고 무분별하게 일회용품을 써댄 결과, 태평양에는 제주도 면적의 10배에 달하는 쓰레기가 떠다닌다. 그것이 고스란히 우리에게 되돌아와서 복수의 칼날을 겨누고 있다.
우리가 사는 지구별의 환경과 기후는 변하고 있으며, 그 변화는 편리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욕망 때문이다. 더 늦기 전에 우리의 삶의 터전인 지구별의 앓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데, 경각심을 갖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덥다고 짜증만 내지 말고, 더 늦기 전에 심하게 병든 지구별을 치유하는데 모두가 협력해야 한다. 일회용품을 덜 쓰고,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실내온도를 너무 낮거나 높게 두지 않는 것이 개인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일 것이다.
내가 젊었을 때, 그러니까 30년 전쯤만 해도 열대야는 없었던 듯하다. 낮에는 햇볕이 쨍쨍하여 덥다가도 해가 지면 한낮의 열기는 서서히 식어 밤이 깊으면 서늘해졌다.
반세기 전만 해도 선풍기나 에어컨이 없으니 부채가 여름날 필수품이었다. 아무리 가난해도 집마다 부채 몇 자루씩은 있었다. 부채는 순수한 우리나라 말로 손으로 부쳐서 바람을 일으킨다는 '부'자와 가는 대나무라는 뜻의 '채'가 어우러진 말이다. 부채를 뜻하는 한자는 선(扇)이다. '깃 우(羽)'가 쓰인 것으로 미뤄 후한의 채륜(蔡倫)이 종이를 발명하기 전에는 깃털 같은 것으로 부채를 만들었음을 짐작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