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댓글조작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허익범 특별검사가 7월 23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 브리핑룸에서 정의당 노회찬 의원 투신사망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 노 원내대표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게 2016년 드루킹 일당에게 받은 4000만 원이잖아요. 유서에서도 이 돈을 받았지만 대가성은 없었고 신고를 못 한 거죠. 과연 이게 트루킹 특검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드루킹 특검은 2017년 대선 때 여론조작이 있었는지를 밝히는 거잖아요. 특검의 태도는 어떻게 보세요? "사실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드루킹의 의혹이잖아요. 저도 이해가 안 갔던 대목이, 어느 순간 허익범 특검이 브리핑한 내용을 보면 특검법을 만든 취지가 노 의원 때문이었나란 생각이 들 정도 김경수 지사는 안 보이고 노회찬이라는 이름만 나오더라고요. 특검 기간이 60일이기 때문에 뭐라도 성과를 내야 한다는 생각을 했을 테고, 김 도지사에 대해 혐의점을 찾지 못하다 보니까 다른 줄기를 찾아낸 게 아닌지 의심이 드는 기간이 있었죠.
그리고 드루킹이 노회찬 의원 등에 대해서 협박성 글(트윗)을 올리기도 했잖아요. 경공모 회원의 진술을 받았기 때문에 정의당과 민주당이 다른 당이긴 하지만 진보 정치란 한 바구니에 몰아넣고 쉬운 거부터 치고 들어간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특검 시작은 어쨌든 김 도지사였는데 노 의원에 대해 더 파는 분위기 때문에 좀 황당했어요.
노 의원도 댓가성 없었다고 유서에 썼죠. 생각해보면 (그때) 노 의원이 댓가를 주고받을 위치도 아니었잖아요. 이때가 2016년 총선 앞두고 받았던 돈인데 후원금 처리 못한 게 문제였죠. 법 위반이긴 하지만, 어쨌든 돈 없이 정치하는 사람들에 대해 동정하는 여론이 많아요."
- 정치자금법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원외 인사나 정치 신인에게 불리하기 때문에 법 개정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아시겠지만 2002년 차떼기 사건 때문에 정치자금에 대한 문제 의식이 많았잖아요. 정치인에게 기부하는 게 안 좋은 일처럼 인식되고 2004년 일명 '오세훈 법'까지 만들어졌습니다. 법인이나 단체가 기부할 수 없도록 하고 개인도 한도는 500만 원으로 한정했습니다.
정치는 돈이 필요합니다. 움직이면 당장 차비부터 돈이죠. 안철수 전 의원이나 정몽준 전 의원처럼 돈 있는 사람만 정치하라고 하면 안 되잖아요. 원외 인사든 정치 신인이든 노회찬 의원처럼 의지나 열정은 있지만 돈 없는 사람에게든 돈이 전달될 수 있도록 풀어줘야죠. 과거 정치자금법은 중앙당에도 후원을 못 하도록 규제했다가 2017년에 와서 중앙당 후원 제도가 부활했죠. 군소정당은 돈이 더 필요한데 당이 후원금을 못 받게 만드니까 악순환이었던 거죠.
물론 과거처럼 악용될까 봐 문제고, 또 힘있는 양당에 몰리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있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소정당 씨를 마르게 할 거냐는 딜레마가 있는 거죠. 정치자금법은 현실적으로 맞게 해야죠."
- 정치하는 데 돈 안 드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과거에 비하면 지금도 최대한 돈 안 쓰는 구조로 가고 있긴 하죠. 제가 2000년 초반 정치부 출입할 때 돈이 왜 그렇게 많이 드냐고 물어봤어요. 지역구가 서울이면 그나마 나은 편인데 지방이면 일단 차비부터 많이 들어가요. 요즘 물가 감안하면 지역사무실 운영할 때 사무실 유지비, 인력 등 최소 매달 1000만 원은 넘게 들어간다고 합니다. 저는, 정치인들의 지지자로부터 후원받을 만큼 받고, 대신 이걸 투명하게 쓰게 하자는 주의입니다."
- 노 원내대표의 사망으로 정의당에 큰 타격이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지지율을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노 원내대표는 정의당의 얼굴 같은 존재였잖아요. 얼굴이 사라진 상황에서 정의당의 앞날 어떻게 예상하세요?
"노회찬 의원의 부재와 별개로 정의당엔 새로운 인물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이 못하는 일을 정의당은 할 수 있습니다. 정의당이기 때문에 가능한 목소리와 정책이 있다는 얘기죠. 그걸 전달하고 추동할 인물들이 정의당에 더 많이 모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여성, 소수자, 약자를 대변할 수 있는 사람들이요.
백화점으로 따지면 좋은 상품이 있어야 하는 건데 아직 좋은 백화점에 좋은 상품이 충분치 않은 느낌이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기존 당 사람들이 내부 기득권 때문에 새싹들을 누르는 거 아니냐는 오해를 하기도 하죠. 새로운 인물들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져야 할 시기인 듯합니다."
- 정의당 스탠스가 딜레마 아닌가요? 무조건 정부를 옹호하기도 그렇고 무조건 반대하기도 그런 거 같은데.
"전략적으로 지금 집권 여당은 과반이 안 되기 때문에 민주당 입장에서는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의 도움을 받아야 하잖아요. 스탠스를 정해야죠. 전략적인 선택도 좋지만, 아니다 싶은 법은 도와주면 안 되죠. 지금은 적폐 세력 때문에 웬만하면 돕자는 게 있는 거 같아요. 어쨌든 정의당은 전략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고, 민주당을 도우면서 본인들이 원하는 개혁법안은 민주당 도움받아서 해야죠. 일방적인 도움은 안 된다고 봅니다."
- 마지막 한마디 부탁드려요."노회찬의 유머를 빼앗긴 세상에서 앞으로 어떻게 살지 저 개인적으로는 너무 안타깝고 허전합니다. 그 사람의 촌철살인과 유머를 즐겼던 국민으로서 상처가 오래갈 거 같아요. 노무현 대통령 때처럼 노회찬이라는 너무 아까운 정치인의 빈 자리가 큽니다. 상당히 오래갈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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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오마이뉴스 전국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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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회찬이란 정치인의 빈자리... 커서 오래 갈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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