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이어진 7월 30일 서울 미아동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노동자들이 더위를 식히고 있다(자료사진).
연합뉴스
몇 주 전, 아버지는 경기도 양평에 있는 5층짜리 빌라 건설현장의 소일거리 전화를 받고 지금까지의 삶이 그랬듯 새벽 4시 연장을 챙겨 집에서 두 시간이 걸리는 현장으로 나가셨다. 새벽에도 30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열대야 속에 8kg 가까운 연장 가방을 어깨에 짊어지고 나가, 그렇게 점점 뜨거워지는 35도 37도 38도의 공기 속에서도 여전히 아버지는 일을 하셨다.
"아휴. 말도 마라! 소금을 포대자루로 갖다 놓고 퍼먹으면서 일한다."폭염 속 건설 노동자에게는 수분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염분이다. 아버지는 그 염분 보충마저 저렇게 극단적으로 하셔야 겨우 버틸 수 있는 것이구나. 생각해 보니 여름철 엄마는 항상 국과 반찬을 좀 더 짜게 하셨다. 너무 짜다는 나의 투정에 "니 아빠는 여름에 더 짜게 먹어야 돼"라고 말하셨는데, 엄마는 본능적으로 알고 계셨던 것 같다.
나는 차마 상상으로도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아버지의 말을 듣고, 그날 밤 펑펑 울며 밤을 지새웠다.
"아빠. 제발 일 나가지 마세요. 그러다 아빠 진짜 큰일 나요. 제발 집에서 쉬세요."
"응 괜찮아. 쉬엄쉬엄 일하면 돼."아무리 느리게, 아무리 조금씩, 아무리 여유를 부리며 일한다 해도, 폭염 속 막노동이다.
계속되는 살인적인 폭염에 주요 건설사의 공사현장도 멈췄다 하고, 국토부에서도 여러 기관에 공문을 보내 낮시간대 작업을 중단하거나 연기하라는 통보를 내렸다고 한다. 아버지도 요즘은 오전 작업만 하고 낮 12시에 퇴근을 하신다고 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본인의 건강보다 오후 작업을 하지 못해 반 토막 나는 본인의 일급에 더 걱정이 많으시다.
생계와 삶이 걸린 문제들은 배려와 행정으로도 풀 수가 없다. '작업시간 단축' 딱 거기까지 만이다. 그 단축 시간만큼 줄어드는 일급까지는, 그 일을 생업으로 하는 노동자 외에는 미치지 않는 생각일 것이다.
아버지라고 이 폭염에 왜 쉬고 싶지 않으실까. 자식이 아무리 용돈을 드려도, 나라에서 공사를 멈춰도, 본인의 건강보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이 훨씬 중요한 아버지는 40도의 폭염 속에도 뜨거운 연장을 차마 내려놓지 못한다.
에어컨을 틀어놓고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딸은 절대 보상해 드릴 수 없는 '무엇'일 것이다. 가슴이 미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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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속 작업하는 70대 건설근로자, 나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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