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싫은 사람 / 마스다 미리
이봄
마스다 미리는 일본에서 활동하는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 에세이스트이다. 우리나라에도 책이 여러 권 번역되어 있을 만큼 팬 층이 두텁다. 마스다 미리의 책은 저마다 매력이 있어 많은 책들 가운데 어느 책을 소개해야 할지 머리가 좀 아팠다.
<아무래도 싫은 사람>은 내가 이 작가의 세계에 발을 들어놓게 된 작품이다. 이 책의 주인공 '수짱'은 서른여섯 살 독신 여성으로 카페 점장이다. '아무래도 싫은 사람'과 함께 일하며 겪는 괴로움이 짧은 에피소드로 이어진다.
마스다 미리는 인물을 단순하게 그려 그림이 담백하고 내용도 뭐 하나 특별할 게 없다. 하지만 바로 그 '일상성' 때문에 독자들은 수짱의 고민을 바로 이해하고 공감하게 된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유독 눈에 거슬리는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에겐 그리 나쁘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지만 유독 내 신경을 긁는다. 가뜩이나 스트레스가 많은 직장에서 이런 사람을 만난다면 몇 배는 더 힘들 수밖에 없다.
수짱은 자신이 누군가를 싫어하고 있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무엇 때문에 불편하고 화가 났는지 늘 생각하지만 이를 겉으로 티내진 않는다. 가볍게 넘기려 하지도 않고 상대를 미워하는 스스로를 탓하지 않는다. 카레를 해먹고 피자를 시키고 사촌동생과 저녁을 먹는 일상을 성실히 해내며 고민을 이어간다. 우리 모습 그대로다.
스스로 판단하기에 나는 사회성이 부족한 편이다. 정말 싫은 사람을 만나면 나는 무조건 피하고 본다. 수짱은 과연 어떻게 이 상황을 해결할지 궁금해 하며 책장을 넘겼다. 마지막 장면. 수짱은 어떤 결단을 내린 뒤 오랜만에 꽃향기를 맡고 기분이 좋아진다. 아, 이 느낌, 나도 알 것 같다.
문제에 휩싸여 있을 땐 존재하는 줄도 몰랐던 것들이 고민이 해결되고 나면 그제야 보인다. 마스다 미리는 사소해 보이지만 사실은 아주 중요한 고민을 떠안고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을 따뜻하고 담백하게 보여준다. 내가 마스다 미리의 만화를 좋아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