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난 소개팅 그녀, 인연인 줄 알았는데

시간이 멈추어 있는 공간 월미도 레스토랑 '예전'

등록 2018.08.02 08:35수정 2018.08.02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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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80년대의 거진 절반을 생명체로든 세포로든 존재하지 않는 상태로 보냈습니다만 어쩐지 그 시절에 대한 향수(?)가 있군요. 세상에 출고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 어딘가 희망과 낭만이 가득했던 모습으로 모든 게 기억되는군요. 지금 기준으로는 촌스러운 청바지와 장발을 하고, 르망과 엑센트를 뽐내며 타고 다녔을 순수했던 청춘들이 머리에 아른거립니다.

시작부터 이게 무슨 개소리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여튼 간만에 아껴둔 맛집을 하나 올려볼까 합니다.

​오늘 소개할 공간은 월미도의 예전입니다. 조승우와 손예진이 주연한 영화 <클래식>만큼이나 매우 클래식(classic)합니다.
 월미도 예전 입구사진
월미도 예전 입구사진이준영

​​입구에 귀여운 조각들이 절 반겨줍니다.

이 사진은 참 여러 번 찍었습니다만 하나도 이쁘게 나오지 않았군요. 딱 보아도 아마추어의 솜씨입니다. 친구가 사진을 찍을 때는 한 면은 일직선이 되어야 한다고 조언해주었는데, 위를 일직선으로 맞추어 찍었고 좀 후회가 되는군요. 직접 가셔서 보면 훨씬 더 정감 있고 예쁩니다.

저는 카메라 잼병입니다.
 월미도 예전
월미도 예전이준영


트럼펫 부는 아저씨도 있고요.
 월미도 예전
월미도 예전이준영

​이층으로 올라가는 입구입니다. 전반적으로 붉은 색과 마호가니 나무가 올드하면서도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월미도 예전
월미도 예전이준영

 월미도 예전
월미도 예전이준영

이층의 전경입니다. 창가가 보이는 테이블도 좋습니다만 저는 안에 숨겨진 방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월미도 예전
월미도 예전이준영

 월미도 예전
월미도 예전이준영

 월미도 예전
월미도 예전이준영

 월미도 예전
월미도 예전이준영

​클래식하죠?

저 책은 실제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무려 미국 건축 공학에 대한 원서더군요... 하하 어쩐지 어울려.


​메뉴판 사진을 찍는 걸 깜박했네요. 타임 워프를 한 것 같은 메뉴판이었습니다. 메뉴도 그렇고 종이 재질도 그렇고...
 월미도 예전
월미도 예전이준영

방 안에서 보는 밖입니다.

한참 술을 마시다가 심심해져 다시 밖으로 나가 보았네요.
 월미도 예전
월미도 예전이준영

​비가 오는 바깥이 참 운치있더군요. 삐뚤빼둘하게 나온 건 아마 찍사에게 예술적 감성이 전무해서일 겁니다. 가운데 선을 기준으로 찍었는데 뭐가 정석인지 아시는 분은 댓글 부탁 드립니다.
 월미도 예전
월미도 예전이준영

​창가로 다가가 밖을 찍어보았고요.

 월미도 예전
월미도 예전이준영

그 와중에 카페에 피어 있는 한 떨기 꽃을 보았답니다. 처음 눈에 보이지 않던 것이 들어오더군요.

오래전 이 카페, 이 자리에서 어떤 여자 아이와 소개팅을 했었지요. 그 세 시간 동안 그 아이는 제 눈을 거의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망한 소개팅이라고 생각했죠.

비가 추적추적 왔는데, 어쩐 일인지 그 날은 사람 많은 월미도 거리에 사람이 거의 없더군요. 한적한 거리에, 나이가 지긋한 중년의 커플이 두 손을 잡고 비닐 우산을 쓰고 걸어가더군요. 걸어가시던 두 분은 잠깐 멈추시더니 창가에 있는 저와 그 여자 아이를 쳐다보았는데 뭔가 분위기가 참 묘했답니다. 어쩐지 힘을 내라는 그런 느낌.

나중에 이 사람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의 기억에 대한 강렬함 때문인지, 인연이라고 생각했죠. 

결혼하신 분들은 종종 그런 말을 하죠, 정말 함께 할 사람은 보면 안다고. 아마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은 처음이 아니었을까 생각되네요. 하지만 아쉽게도 그냥 홀랑 헤어져버렸네요. 이후에도 몇 번 그런 느낌을 받은 적이 있지만, 결국 지금은 다 남남이기 때문에, 나는 별로 감이라는 건 신뢰를 안 해요. 원래 인생은 각자 장르가 있는 법이니까 암 그렇고 말고.

아 다시 보니까 꽃인줄 알고 찍었던 것도 그냥 빛바랜 잎이군요. 와장창.
​​
아마 수많은 연인들이 저 자리에 앉았겠죠. 그 중 태반 이상은 분명(?) 이별했겠지만 그렇지 않으신 분들도 많을 거예요. 워낙 오래 된 카페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지나간 그 공간에서, 나는 달라, 우리는 달라, 언제나 함께 할 거야, 그런 밀어(密語)들이 오갔을 겁니다.

제가 사진을 찍던 그 순간 역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양해를 구하고 앉아 계신 커플의 사진을 찍었습니다. 이별 없이 아름다운 사랑하시기 바랍니다. 무수한 그 말들과 함께 한 시간이 지나간 기억으로만 그치지 않도록.
#예전 #월미도 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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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 투자자, 소설가, 아마추어 기자. "삶은 지식과 경험의 보고(寶庫)이자 향연이다. 그러므로 나 풍류판관 페트로니우스가 다음처럼 말하노라." - 사티리콘 中 blog.naver.com/admljy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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