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없었던 보트 선착장도 바다 가운데 저쪽으로 보이고요. 여름 피서객을 위해 마련된 임시 배 정류소입니다. 이곳에서 보트를 타고 바다를 가르면 시원하겠지요.
김학현
봄까지만 해도 몽돌들이 여기저기 흐트러져있었는데 동네 사람들이 여름 맞이로 가지런히 골라놓았습니다. 부족한 부분에는 다른 곳에서 몽돌을 가져다 깔았고요. 마치 몽돌들이 호형호제하며 소꿉놀이를 하는 것 같습니다. 길가 쪽으로는 몽돌 밭, 바닷물 쪽으로는 고운 모래로 이뤄진 해변이 방포해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양쪽 끝으로는 거친 자갈들이 널브러져 있는 게 흠이지만 여전히 아늑한 분위기의 해변으로 조용한 휴가를 즐기려는 이들은 사랑할 수밖에 없는 해변입니다. 해변 가로 가지런히 놓인 긴 의자에 앉아 방포 등대와 먼 바다를 조망할 여유가 있다면 그건 '행복'이란 단어로 설명하기엔 부족하답니다.
오늘도 땀을 식히느라 집 그림자로 덮인 긴 의자 하나를 택해 체온을 싣습니다. 리시버로 귀에 연결한 탭에서는 영어 선생님이 자꾸 똑같은 말을 반복합니다. 따라하라며 채근을 합니다. 걸으면서 영어공부를 하거든요. 잠시 선생님과 이별하느라 이어폰을 뽑습니다. 이분과 이별해야 다른 것을 만날 수 있잖아요. 그리고 먼 바다를 바라봅니다.
오늘 바닷물은 잔잔합니다. 엊그제의 성난 모양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올 때마다 다른 바다가 신기합니다. 서해이기에 멀리 보이는 건 아니지만 아스라이 바다 끝에서는 괭이갈매기들이 아침부터 먹이사냥에 분주합니다. 그간 없었던 보트 선착장도 바다 가운데 저쪽으로 보이고요. 여름 피서객을 위해 마련된 임시 배 정류소입니다. 이곳에서 보트를 타고 바다를 가르면 시원하겠지요.
언제 누가 드리웠는지 해수욕 금지선에 두둥실 노란 풍선들이 도열하여 사열을 받는군요. 그놈들이 큰소리칩니다. '여기까지!'라고요. 봄까지만 해도 잠금 해제였던 바닷물이 풍선들의 안과 밖으로 나뉘어 한반도 허리의 휴전선마냥 아무나 호락호락하게 허락하지 않습니다. 가끔 선을 넘는 녀석들이 있긴 하지만 말입니다.
높은 의자를 하나 올린 해변 감시탑도 보입니다. 봄까지만 해도 없었던 시설물들이 여름 바다와 그 주변에는 많이 있답니다. 모두 피서객들의 안전과 즐거움을 위해 여름 동안만 존재하는 것들이지요. 그런 것들을 보며 한시적인 것들에 대하여 생각하게 됩니다. 급기야 '나는?'이라고 곱씹어 봅니다. 역시 한시적이지요.
바다는 어떨까요. 좀 다르죠? 이 아침도 그렇게 한시적인 것이 영원한 것에 도취됩니다. 시원한 물 한 모금으로 한시적인 인간의 목을 축이곤 이내 일어납니다. 이른 아침인데도 강아지 한 마리가 벌써 길바닥에 널브러졌습니다. 이침부터 해변엔 삼삼오오 피서객들이 아침 산책을 하고요. 아이와 함께 모래성을 쌓는 모녀도 보이는군요. 참 부지런도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