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분, 포드코빈스키
노지현
위 그림을 보면 말 그대로 '숨을 토하는' 흑색의 말과 나체의 여성이 눈에 들어온다. 작가의 이력을 잘 알지 못하는 나 같은 사람은 역동감이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게 전부다. 말의 모습만 보면 '광분'이라는 의미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데, 도대체 말을 타고 있는 나체의 여성이 가진 의미가 궁금하다.
저자는 책을 통해 '광분'이라는 작품에 얽힌 사연에 대해 아래와 같은 설명을 덧붙인다. '광분'은 1894년 3월 18일, 폴란드 바르샤바의 자헹타 갤러리에 전시됐다. 그림은 대중에 공개되자마자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독특하고 기괴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시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3미터가 넘는 대작이었던 이 그림은 팔리지 않았다. 포드코빈스키가 제시한 금액은 만 루블이었지만 그림을 사겠다고 한 구매자가 제시한 금액은 고작 삼천 루블이었다.
'광분'이 전시된 지 37일째 되던 날, 돌연 포드코빈스키가 갤러리를 찾았다. 날카로운 칼 한 자루를 손에 쥔 채 그는 곧장 그림으로 돌진해 칼을 휘둘렀다. '광분'은 자신을 탄생시킨 이의 손에 갈기갈기 찢겨졌다. 이상한 점은 그가 말 위에 올라탄 여자에게만 칼을 휘둘렀다는 것이다. 광분한 말은 그대로 남겨둔 채.
이 돌발사고 이후 무수한 소문이 돌았다. '광분' 속 여자는 포드코빈스키가 사랑했던 이를 모델로 한 것이며 그 여자와의 사랑에 실패했기 때문에 그림 속 여자를 찢었다는 이야기가 가장 이목을 끌었다. 실제로 한 폴란드 상류층 집안에서 포드코빈스키를 명예 훼손으로 고소하면서 그림을 둘러싼 루머는 더욱 뜨거워졌다. (본문 19)
이렇게 그림과 얽힌 이야기를 읽고 그림을 보면 더 그림이 흥미롭게 다가온다. <한밤의 미술관>의 저자는 단순히 한 그림을 가지고 작가를 소개하지 않는다. 한 개의 그림과 얽힌 에피소드를 소개한 이후 그 작가가 그린 다른 작품을 소개하며 더욱 그 작가에 대해 독자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책 <한밤의 미술관>을 읽으면서 내가 단 한 번도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많은 예술가의 이름과 작품을 볼 수 있었다. 본격적으로 책을 읽기 전에 작가가 프롤로그에서 말한 '깊이 간직하고 싶은 나만의 그림'이라는 말에 어울릴 수 있는 작품을 책에서 찾기로 정하고 읽었는데, 인상에 남은 작품은 두 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