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무사 계엄령 문건의 문제를 부정한 TV조선 <뉴스9>(7/20)
TV조선
청와대가 '쿠데타 모의'로 보고 있다? TV조선의 억측이 보도의 문제점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박근혜 탄핵 기각'에 맞춰 구체적으로 계엄을 준비한 기무사에 대한 문제의식은 단 한 줄도 없이 일단 송영무 장관의 보고 시점부터 문제 삼는 기본적 시각이 근본적인 결점입니다.
세부적으로 보면 더 심각한 문제도 있습니다. 기무사 문건이 사실상 '쿠데타 음모'라는 일각의 의혹 제기를 반박하기 위해 그러한 인식의 주체를 자의적으로 '청와대'로 설정했다는 겁니다. TV조선은 "청와대는 쿠데타 음모의 증거로 여기는 것으로 보입니다"라고 추측했으나 20일 김의겸 대변인의 발표에서 '쿠데타'라는 용어 자체가 언급된 적도 없습니다.
심지어 기자들과의 일문일답에서 김 대변인은 "청와대는 이 문건이 단순한 검토가 아니라 실행을 염두에 뒀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나"라는 질문에도 "그것은 여러분들이 판단해달라"며 즉답을 피했습니다. 청와대는 '실행 여부 판단'도 유보했으나 TV조선은 '실행 계획이 아니다'라는 근거를 토대로 '청와대의 생각으로 보이는 쿠데타 음모설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주장한 겁니다.
반론도 보장하지 않고 '실행 계획 아니다' 주장한 TV조선'실행계획이 아니다'라는 TV조선의 주장 역시 근거가 부족합니다. TV조선은 '예하부대 동원 정황이 없다'는 이유를 댔는데요. 그러나 이는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입니다. TV조선은 '예하부대 동원'이 대체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설명조차 하지 않았는데요. 20일 공개된 문건에는 "중요시설 494개소 및 집회예상지역 2개소(광화문, 여의도)에 대해서는 기계화사단, 기갑여단, 특전사 등으로 편성된 계엄임무 수행군을 야간에 전차·장갑차 등을 이용하여 신속하게 투입하는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병력을 동원하는 매우 구체적인 계획 자체는 있었던 겁니다.
문제는 이 계획을 TV조선이 말하는 예하 부대, 즉 동원할 병력들을 실제로 보유하고 있는 부대들에게 전달했는지 여부입니다. 이 부분은 특별수사단의 주요 수사 쟁점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TV조선은 이런 사실관계를 전달하는 대신 "지금까지는 예하 부대 동원 정황이 없다"고 잘라 말한 것입니다.
TV조선은 '실행계획이 아니다'라는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해 "합참이 일상적으로 만드는 계엄 시행 계획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지적"도 실었는데요. 이 역시 일방의 주장일 뿐입니다. TV조선은 '합참이 일상적으로 만드는 시행 계획'과의 유사성을 강조했으나 정작 지금 파문을 일으킨 계엄령 문건은 기무사가 생산한 겁니다. 또한 앞서 살펴본 병력 동원 부분만으로도 그러한 지적에 반론이 가능합니다. 기무사는 '중요시설 494소 및 집회 예상 지역 2개소'를 특정하여 광화문과 여의도를 지목했고 여기에 기계화사단, 기갑여단, 특전사 등 '계엄 수행군'의 구성까지 명시했는데요. 이같은 계획을 기무사가 '박근혜 탄핵 기각'에 맞춰 생산했다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TV조선은 이러한 반론은 무시한 채 일방의 주장만 보도한 겁니다.
"목차가 비슷"하다며 기무사 옹호한 TV조선TV조선은 23일에도 비슷한 보도를 냈습니다. 합동참모본부의 '계엄 실무편람'이 공개되자 '기무사 문건은 일상적 계엄 대비 계획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한 겁니다.
TV조선 <계엄실무편람·기무사 문건 비교해보니>(7/23 김동현 기자 https://bit.ly/2LsM7v2)에서 이상목 앵커는 "청와대는 기무사가 작성한 계엄 문건이 지침서인 계엄 실무편람과 완전히 다르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티비조선 취재기자가 실무편람을 직접 봤더니, 국회 대책을 제외하고는 목차가 비슷했습니다"라며 20일 나왔던 청와대 측의 지적을 3일이나 지나 재반박했습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합동참모본부가 23일, '2016 계엄실무편람'을 기자실에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일상적인 계엄 대비 문건과의 유사성'을 주장할 수 있게 된 TV조선은 "직접 살펴본 결과 국정원장 지휘 통제, 보도 검열단 편성, SNS 차단 등 유언비어 유포 통제 등 주요 내용은 비슷"하다며 '유사성'을 먼저 강조했고, "가장 큰 차이는 국회 대책 부분입니다. 실무편람에는 계엄해제 표결을 막기 위한 국회 대책 관련 내용이 없습니다"라며 차이점을 간단히 언급만 했습니다. 앵커가 "목차가 비슷했다"고 정리했음을 감안할 때 TV조선은 이 차이점을 그리 중대한 것으로 평가하지 않은 겁니다. 그러나 차이점도 발견은 됐기 때문에 유사성만을 주장하기 어려웠는지 20일 보도에서 약간 방향을 틀기도 했습니다. "지침서 성격인 실무편람을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는 겁니다.
20일 보도에서 "군에서는 보도와 유언비어 통제 절차를 비롯 각종계엄훈련과 관련된 공고문 샘플들을 가지고 훈련을 합니다"라며 '계엄 훈련과 관련된 공고문 샘플'과의 유사성을 언급했던 신종우 위원의 인터뷰 역시 23일 보도에서 "계엄 실무편람은 하나의 개념적인 교본과 같은 문건이기 때문에 직접 시행계획이라고 보기엔 무리가 많은 책자 형태의 문건"이라는 내용으로 더 구체적인 '시행 계획'과의 비교를 요구하는 방향으로 변화했습니다. 결국 '실무편람과는 조금 차이가 있으나 일상적인 시행 계획과는 비교하면 문제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날 것'이라는 취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