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은 마법의 숲에서 벌어지는 안톤 씨의 모험을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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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이야기는 현대판 <오디세이아>라고 할 만하다. 세 가지 과제, 흥미로운 인물들, 기묘한 사건, 그리고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안톤의 개인사까지, 아주 잘 버무려진 샐러드 같은 느낌이다. 서로 잘 어울려 있기는 하지만 정체성을 잃고 뭉뚱그려지는 대신 재료들이 모두 신선하게 살아있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려다 도둑으로 몰린 그는, 진짜 도둑인 요르마의 협박으로 공범이 된다. 그런데 요르마라는 인물은 도저히 정상으로 보이지 않는다. 훔친 물건이라고는 과자 부스러기뿐이고, 사랑의 퀘스트를 수행 중이라는 이해 못 할 말을 한다. 게다가 숲속에서 노숙이라니. 그런데도 저주에서 벗어나야 하는 안톤은 기행으로 똘똘 뭉친 요르마의 참견을 받아준다.
안톤은 계속해서 과거를 회상한다. 자신을 배신하고 인기 마술사가 된 세바스티안과 샬로타에 대한 원망, 그리고 요양원이나 전전하며 싸구려 공연으로 먹고사는 자신의 삶에 대한 후회. 그 모든 것이 다른 사람들에 의해 자신에게 강요된 불행이라 생각하는 안톤의 입장과는 다른 진실이 조금씩 드러난다. 이별을 선언한 것은 샬로타가 아니고 안톤이었다. 세바스티안이 배신한 것이 아니고, 안톤이 마술 공연을 그만두었기 때문에 세바스티안은 자신만의 길을 찾아야 했던 것이다.
과거에 대한 회한과 싸우는 동시에 안톤은 세 가지 과제를 하나씩 해결한다. 첫 번째 과제인 까다로운 노파의 심부름 정도는 나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예의라고는 눈 씻고 봐도 없고 배은망덕하기까지 한 커플을 도와줘야 하는 두 번째 과제는, 보는 내가 괴롭다. 하지만 세 번째 과제만 하랴. 가장 간단할 거라는 도우미 노부부의 말과는 달리, 이 과제는 그의 생명을 위협한다.
이 숲의 사람들은 정기적으로 외부인을 눈물 신에게 제물로 바쳐 숲의 평화를 지킨다. 투덜대고 이기적이며 자기 연민에 빠진 그런 사람만 골라서 말이다. 실종되어도 아무도 걱정하지 않을 그런 사람을. 노부부는 과제를 위장해서 눈물 신에게 자신을 제물로 보낸 것이다.
눈물 신과의 사투 와중에, 우여곡절 끝에 세 번째 과제를 함께하게 된 요르마를 보고 안톤은 생각한다. 나보다 더 형편없는 인생을 사는 요르마를 희생하면 되지 않을까?
모든 훌륭한 소설은 성장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