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의 의미에 관해 설명하는 이재복 선생
유병천
-출판놀이에서 발행하는 동시 빵가게란 웹진을 봤다. 작가들의 재능기부로 만들어진 것 같다. 하지만 결국 작가가 글을 쓰고 독자가 읽는 방식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다. 독자가 참여 할 방법이 있나?"시는 요즘 온라인 시대에 아주 잘 어울리는 형식인 것 같아요. 우리 아이들이 동시를 빵가게에서 빵 하나 사먹듯이 그렇게 시 한 편을 즐겨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동시빵가게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사람들이 동시빵가게 웹진 제목이 참 좋단 말을 많이 해 주었어요.
두 달에 한 번씩 20여 편의 신작 동시를 웹진에서 볼 수 있어요. 재미있는 시 한 편을 만나면 빵 한 개 값을 보내 달라 했는데, 아직 반응은 거의 없어요. 동시빵값은 들어오면 정산해서 N분의 일로 나누어 시인들에게 원고료 대신 보내드려요. 5호까지 냈는데, 어떨 때는 오천원도 보내드리고, 만원도 보내드리고 하지요. 다 이런 걸 일단 놀이라 생각하고 해 보는데, 동시빵을 만드는 제빵사들은 재밌게 만들고 있어요.
독자들이 참여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는데 아직 독자들과 이 웹진의 동시들을 가지고 놀아보진 않았어요. 동시빵 시식회라고 해서, 매 호 동시빵가게를 발행할 때마다 시인들이 출판사 사무실에 모여서 직접 시를 읽고 감상을 나누고 하는 정도입니다. 동시하고 직접 빵을 구어서 아이들과 먹으며 놀아 봐도 좋겠는데, 다양한 방법을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동시 빵을 판 금액을 모두 작가에게 돌려주면 출판놀이는 어떻게 운영되는가?"기부금으로 운영합니다. 책이 판매되어 들어오는 수익금도 조금 있고요. 작가나 후원자들이 한 달에 1만원씩 기부를 합니다. 이 돈을 가지고, 운영비로 쓰고 있어요. 책을 직접 제작하는 비용은 턱없이 부족하지요. 이 부분은 늘 어려운 문제이긴 한데, 걱정은 안 해요. 제작비가 모일 때까지 기다리면 되니까요.
노는 사람은 시간의 개념이 다를 수밖에 없어요. 언제까지 뭘 해야 된다는 개념 자체가 없어요. 그런데 아직까지는 묘하게도 돈이 없어서 책을 내지 못한 적은 없었어요. 시간의 개념을 조금만 달리하면 돈 문제도 해결되지 않을까요. 우리는 너무 빠른 시간의 흐름 속에서 살고 있어요. 자본의 논리에서 벗어나려면 정해진 시간 안에 단거리 달리기 하듯 뭘 해야겠다는 이 관념에서 벗어나야 할 것 같아요."
[출판놀이 출간도서] |
1.도시 애벌레(시:이영애). 2016년 3월 출간 2.토마토 개구리(시:강기원) 2016년 3월 출간 -두 작품은 2015년도에 제1회 '주머니 속 동시집'을 공모해서 당선된 작품, 아울러 '주머니 속 동화집'도 공모했으나 당선작이 없음. 3. 얼룩말 마법사(시:유하정) 주머니 속 동시집 우수작, 2017년 11월 출간 4. 깡통을 차다(시:주미경) 제 2회 주머니 속 동시집 당선작, 2017년 11월 출간 5. 늑대와 소녀(글:정성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7년 우수콘텐츠 제작지원사업 선정작, 2018년 우수환경도서 선정작(환경부주최) *요리조리 토리씨(글:이진우)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2018년 우수콘텐츠 제작지원사업 선정작, 2018년 11월 말에 출간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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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놀이를 이끄는 사람 중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사람은?"정말 많은 사람이 떠올라서 누구를 콕 집어 말하기 어렵구요. 처음 시작할 때엔 아무런 형체도 없어서 저게 될까 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지금은 책을 5권 정도 내니까 아주 조그만 눈덩이 하나는 만들어진 것 같아요. 매달 만 원씩 기부해주는 출판놀이 후원회원 분들이 100명 정도 됩니다. 함께 하는 작가들, 출판놀이를 응원하는 모든 사람들이 소중하지요."
-스웨덴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동화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은 엄청난 반향을 일으킨 작품이다. 한 사회의 의식을 변화시켰다는 평가도 있다. 동화의 순기능을 생각해볼 때 우리나라에도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같은 작품이 나오길 기대한다. 출판놀이에 그런 기대를 해도 되는가?
"기대를 해도 된다고 말하는 건 허풍이 될 것 같고요.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책이 무엇인지, 왜 출판놀이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해 나가다 보면 아이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책이 만들어질 것 같아요. 희망은 가져야겠지요."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전하고 싶은 한 마디를 해 달라."출판놀이는 자본에 휘둘리지 않고, 자본이 없어도 얼마든지 하고 싶은 일을 즐길 수 있다는 메시지를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전하는 상징적인 출판사가 되고 싶습니다. 잘 지켜봐주시고 함께 해 주시면 더욱 고맙겠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개념으로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아동문학가 이재복 선생은 우리가 잊고 사는 '놀이'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사회의 변화는 작은 일에서 시작할 수 있다.
자본의 힘으로 무장한 기계와 인공지능이 사람의 자리를 위협하고 급속도로 변하는 사회 속에서 아동문학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한 주먹도 뭉치지 않던 눈덩이가 점점 불어나서 많은 사람이 함께 놀이를 즐기길 바란다는 그의 눈은 어린아이처럼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숲까말은 기죽지 않는다
이재복 글.그림,
사계절,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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