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그림
웅진주니어
구겨지고 돌돌 말리고―
봉지들은 이제 끝이라고 생각했어요.
"여기까지야."
"다시는 우릴 찾지 않을 거야."
"어쩌면 쓰레기를 담을지도 모르지……."
한숨을 담은 봉지들은 말이 없어요. (4쪽)
<나는 봉지>(노인경, 웅진주니어, 2017)는 비닐자루가 나오는 그림책입니다. 이 그림책에서 비닐자루는 곁다리가 아닙니다. 이 그림책 줄거리를 이루는 바탕입니다. 이른바 주인공이 되어 이야기를 이끌어요.
다만 넘치고 넘치는 비닐자루는 사람한테 썩 사랑받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비닐자루를 엄청나게 집에도 쟁이고, 곳곳에서 거저로 얻을 뿐 아니라, 쉽게 버리고 굴리는데요, 이 비닐자루는 스스로 생각한대요. '딱 한 번 쓰이고 버림받을' 삶이라고, 때로는 '아예 한 번조차 안 쓰이고 버려질' 삶이 될는지 모른다고.
그런데 한숨을 쉬면서 걱정이 가득한 숱한 비닐자루 가운데 한 아이는 달리 생각했다는군요. 노란 비닐자루 하나는 동무 비닐자루처럼 처음에는 쓸쓸한 생각이 똑같이 들었다지만, 문득 바람노래를 들었대요. 바람노래를 듣고는 걱정 아닌 꿈을 키웠대요. 쓰레기통이나 구석진 곳을 떠나 멀리멀리 온갖 곳을 누비고 싶다는 꿈을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