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 보관함 주위를 서성이는 라쿤
최늘샘
1,000미터 이상의 고지대라 기온이 영하 3도까지 떨어졌는데 도시에서의 폭력 위험보다는 추위와 곰의 위험이 훨씬 낫다고 느껴졌다.
'요세미티 빌리지', '마을'이라고 불리는 작은 지역이지만 숙소의 형태는 천차만별이다. 길 건너 호텔에는 산중 수영장까지 있고 온수가 펄펄 나오지만 6달러 캠프장의 수백 명의 사람들은 화장실에 있는 전기코드 하나를 나눠써야 하고 쓰레기를 하나 버릴 때마다 60미터를 걸어가야 했다. 자연을 보호하고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것은 좋지만, 비용에 따르는 차이가 너무 확연하게 느껴졌다.
나라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는 환경에 끼치는 영향이 크게 다르다. 미국은 등록된 차량만 2억6천만 대가 넘는, 1인당 탄소발자국 양이 가장 높은 나라다. 돈을 많이 벌고, 지불하고, 소비를 많이 하는 사람과 나라는 물과 전기, 기름 등 자연 자원을 더 많이 쓰고 있는 한편, 자연의 파괴로 인한 재난이나 고통을 겪는 것은 주로 가난한 나라와 사람들이다. 전지구적 범위의 불공평이다. 그게 자본주의 세계가 굴러가는 법칙이지만, 경이로운 요세미티의 자연 속에서 그 법칙은 더 슬프게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