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시오스 만칠리스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 국장이 1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팩트체크 컨퍼런스에 참석해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김시연
파젤라 폴리티카는 지난 3월 총선에서도 이탈리아 극우 정치인 마테오 살비니에 맞서 '백신 논쟁'으로 화제를 모았다. 살비니가 "EU에서 10가지 백신을 의무 접종하는 나라는 이탈리아뿐"이라고 했지만, 파젤라 폴리티카에서 사실 검증 결과 프랑스, 체코 등 EU 8개 나라에서 10개 이상 백신 의무 접종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자 살비니는 "대부분 유럽국가에서는 의무 접종이 없다"는 식으로 말을 바꿨다.
알렉시오스는 "정치인들은 거짓 주장도 반복하는 경향이 있는데 팩트체크를 하면 거짓말을 반복할 가능성이 9.5% 줄어든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면서 "진실이 죽은 시대라고 하지만 유권자는 대부분 정치인이 진실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팩트체크가 효과가 있는 것"고 말했다.
대중들이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싶어 하는 '확증편향' 경향 때문에 팩트체크가 잘 통하지 않을 거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알렉시오스는 "팩트체크가 사람들의 생각을 100% 바꿀 수 있다고 기대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면서 "미국과 유럽 조사에서는 팩트체크 때문에 자신의 생각을 바꿀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사람도 적지 않았다"고 밝혔다.
팩트체크 자동화 기대감, 아직은 시기상조?지난 2013년 폴리티팩트를 나와 듀크대 교수로 자리를 옮긴 빌 아데어 교수는 팩트체크 자동화 기술에 기대를 걸고 있다. 거짓정보의 빠른 확산 속도와 물량 공세에 맞서려면 팩트체커도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기술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팩트체커들이 수년간 축적한 아카이브를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 연두교서 발표를 실시간 팩트체킹한 모바일 앱 '팩트스트림'이 대표적이다. 빌 아데어 교수는 언젠가 '팩트체킹 로봇'이 인간 개입 없이 스스로 발언 진위를 검증하는 시대가 오리라 예상하고 있다.
다만 아데어 교수는 이날 "지금 자동화가 가능한 건 검증 대상 주장과 관련된 데이터를 검색해 연관 짓는 것과 긴 연설문 스크립트를 보면서 팩트체킹할 만한 주장을 찾아 인간 팩트체커를 지원하는 수준"이라면서 "실시간 팩트체킹이 가능한 것도 정치인이 거짓이라고 해도 같은 말을 반복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아데어 교수는 "미래에는 로봇이 모든 팩트체킹 작업을 하게 되겠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는 가늠할 수 없다"면서도 "자연어 매칭 기술 진보가 처음 기대보다 빨라졌다"며, 팩트체킹 자동화에 대한 기대감을 거두지 않았다.
국내 뉴스 신뢰도를 측정하는 알고리즘을 연구하고 있는 오세욱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팩트스트림의 실시간 팩트체크도 인간이 (검증 결과를) 최종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완전한 자동화는 아니다"라면서 "스크립트 문제를 해결하더라도 (문장 해석을 놓고) 사람조차 헷갈리는 경우가 많아 자동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아데어 교수는 "푸틴의 미국 대선 개입, 미투 문제, 역사적 문제 등 팩트체킹할 수 없는 주장도 있다"면서 "정치인 발언 팩트체크도 현재 알려진 정보를 바탕으로 해야 하며, 더 많은 정보가 나와야 가능할 때도 있다"고 '인간' 팩트체크의 한계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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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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