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가 끝나고 무연고자 두 분의 유골함이 봉안되기 위해 운구차에 실렸다.
문세경
이날 장례는 두 분이었다. 김○○님(남·1968.3.6), 권○○님(여·1951.6.13).
김○○님은 서울시 동대문구의 한 여관에서 살았다. 2018년 6월 5일 새벽, 동대문구의 길가에서 돌아가신 채 발견되었다. 사인은 미상이고, 누나가 한 분 계셨지만 시신 위임을 묻는 우편에 답변이 없어 무연고자가 되었다.
권○○님은 거주지가 불분명하신 분으로 2018년 7월 4일 경기도 남양주의 요양병원에서 돌아가셨다. 사인은 뇌경색으로 인한 패혈증이고 형제자매가 있었지만 시신을 위임해 무연고자가 되었다.
시립벽제승화원에 도착하니 마침 두 분의 운구가 화장장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일면식도 없는 분들인데 관을 보는 순간 가슴이 먹먹하고 몸은 '얼음'이 되었다. 죽은 사람의 관을 보는 것도 처음이지만 관을 둘러싼 사람들은 죽은 분들과 아무 관계가 없는 사람들이다. 옆에 있는 다른 관에는 상복을 차려입은 가족들에게 둘러싸여 있는데 말이다.
두 분의 관을 화장로로 들여보냈다.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장례지원 지정 단체인 '우리의전'의 관계자 두 명, 조계종 사회복지재단 염불봉사단 5명, '나눔과나눔'의 자소리 팀장, 배민 활동가, 자원봉사자 한 명, 그리고 나. 11명이 두 분 무연고 사망자의 유족인 셈이다.
고인들을 위한 추모제를 지내기 위해 2층 유가족 대기실로 올라갔다. 30여 분 넋을 기리는 염불에 함께 했다. 생소했고, 마음은 착잡했지만 티를 낼 수는 없었다. 슬픈 마음과 위로를 전하고 싶었지만 누구에게 전해야 할지 몰랐다. 차라리 구경꾼(?)으로 있는 게 낫겠다 싶었다.
화장이 끝나고 차마 보고 싶지 않은 것을 봐야 했다. 수골이 제대로 되었는지 확인하는 순간이다. 권○○님의 수골을 쓸어 담으며 유리편 너머의 화부가 마이크로 말했다.
"장애인이었답니다. 여기 보이는 것이 인공관절입니다."내 몸은 한 번 더 '얼음'이 되었다. 인공관절을 하고 장애인으로 외롭게 살다가 가족이 장례를 치르지 못해 이곳으로 오셨다. 사는 동안 그분이 짊어진 삶의 무게가 얼만큼이었을지 짐작하기 어려웠다.
두 분의 유골함에는 2018-188, 2018-189라는 숫자가 쓰여있었다. 2018은 올해의 연도이고 뒤에 쓰인 188, 189는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서울시에서 치른 무연고 사망자의 숫자다(나눔과나눔이 치른 장례는 이보다 5명이 적은 184명이다).
유골함은 이승에서 마지막 식사를 하기 위해 밥과 국, 몇 가지 반찬이 차려진 상 위에 놓였다. 유골함 옆에는 영정사진 대신 지방을 세웠다. 시립벽제승화원에는 '유택동산'이라 곳이 있다. 그곳에서 고인의 이름이 쓰인 지방을 태우는 것으로 장례는 끝났다.
삶은 누구에게나 녹록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