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사 건너 편엔 설정 스님 지지측이 내건 현수막이 눈에 띈다.
지유석
이뿐만 아니다. 종단은 조계사 일주문에 "공영방송 망각 MBC는 불교파괴 중단하라"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내걸었다. 길 건너엔 설정 스님 지지측이 내건 현수막도 눈에 띤다.
이러자 일선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이 자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해인사 출신 현산 스님과 허정 스님, 그리고 도정 스님이 5월 28일 조계사 일주문 앞에서 종단의 참회를 촉구하는 참회정진에 나섰다. 이 소식을 접한 설조 스님은 지난 6월 20일 조계사 바로 옆 우정공원에서 단식에 들어갔다.
설조 스님의 단식은 18일로 29일째를 맞았다. 설조 스님이 고령(88세)인데다 올 여름 유난히 무더운 날씨로 인해 단식 장기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기자는 17일 오전 이곳을 찾았는데, 오전임에도 날씨는 무더웠다. 설조 스님은 오전 한 때 피로를 호소하며 몸져 눕기도 했다. 설조 스님 단식 농성장을 지키고 있던 A씨는 "젊은이들이 단식을 푸시라고 권해도 스님의 의지가 워낙 강하다. 적어도 내가 볼 땐 죽음까지 각오하신 것 같다"고 했다.
일선 스님들 자정요구에도... "믿고 기다려라"
그럼에도 조계종 지도부는 요지부동이다. 오히려 종단 신문을 내세워 설조 스님의 단식을 폄하하고 나서는 모양새다. 조계종 종단 신문인 <불교신문>은 단식 중인 설조 스님이 대중목욕탕에 간 일을 문제 삼았다. 참고로 <불교신문> 발행인은 설정 총무원장이다. <불교신문>은 7월 14일자 보도에서 이렇게 적었다.
"현재 서울 종로구 우정공원에서 종단개혁 등을 주장하며 24일간 단식을 하고 있는 전 불국사 주지 설조 스님이 대중목욕탕에서 반신욕 등 목욕한 것을 본지가 목격했다. '88세' 고령의 나이에 단식 상태에서 한 반신욕 등 목욕이 건강에 무리가 없는지 의구심이 일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불교신문>은 16일자 사설을 통해 설조 스님의 단식 중단을 촉구했다. 그러면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주문했다. 아래는 <불교신문> 사설 중 일부다.
"조계사 앞 우정국로 주변이 소란스럽다. 몇몇 스님과 신도들이 종단과 스님들을 향해 비난을 가하고 심지어 총무원장 스님 사퇴 까지 요구하고 있다. 최근에는 종단의 원로인 설조 스님이 단식에 들어가고 이 사실이 일부 언론에 보도되면서 종단을 걱정하는 신도들이 많다. 설조스님은 하루 바삐 단식을 풀 것을 요청한다. (중략)
MBC PD 수첩이 방영한 내용은 아직은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 보도에 나온 당사자들은 사실을 부정한다.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종단에서도 위원회를 꾸려 활동 중이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한다. 과거처럼 진상규명도 하지 않고 무작정 버티는 것이 아니라 종단의 여러 기관이 나서 조사를 시작했으니 믿고 기다리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