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는 국회의원만 있는 게 아니다. 수많은 공무원도 함께 일한다.
김지현
얼마 전에 한 중진 국회의원과 전문위원 제도에 대한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그런데 그 자리에서 '국회의원들이 전문위원의 검토보고 제도 개혁에 소극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전문위원과 관련한 제도를 개혁했을 경우 '상임위에서 법률안을 낭독하는 그런 일까지 우리 국회의원이 해야 하느냐'는 짜증도 나온다고 귀띔했다.
오늘 대한민국 국회가 처한 현실을 그대로 드러내주는 장면이 아닐 수 없다. 국민들이 그런 입법 업무를 하라고 뽑아주고 배지를 달아준 것 아닌가? 세계 어느 나라 의회든 상임위에선 국회의원들이 직접 법안을 낭독하고 토론하고 심의한다.
미국 의회에서는 의원에 의해 법안이 제출되면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된다. 회부된 법안은 소위원회로 이첩되는데, 소위원회에서는 조문을 꼼꼼하게 검토 및 심사한다. 물론 의원들이 상임위원회에서의 모든 활동을 직접 한다.
프랑스 의회 역시 본회의든, 상임위원회든, 발언을 포함한 모든 일이 의원들에 의해 직접 이뤄진다. 법률안은 상임위원회에서 의원들이 검토하며, 심의한 법률안에 대한 보고서도 작성한다.
어느 나라 의회든 의원들이 법안을 '검토'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들은 보고서도 작성하고, 심의하고, 표결한다. 공무원에게 의원이 제출한 법안에 대한 '검토권한'을 주는 건 유례없는 난센스다. 오랜 독재 정권 통치 아래 무력화된 '전근대적' 국회에서 임시방편으로 파생돼 관행이 되어버린 것이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이런 전근대성과 비정상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 그것은 국회 발전과 민주주의에 큰 장애물이다.
입법, 의원들 스스로 '검토'하고 '낭독'하라. 만약 그럴 의지와 능력이 없다면, 국회의원이 돼서는 안 된다.
지금 국회는 '국민에게 힘이 되는 국회'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국민이 얼마나 될까. 지방선거 이전부터 불거진 국회 공전 사태는 길고 길었다. 그동안 국회의원들은 싸움만 거듭해왔다. 이 정도면 '국민을 힘들게 하는 국회'라고 보는 게 타당하다.
거듭 강조하지만, 본업을 수행하지 않고 방기하는 조직은 왜곡되고 부패할 수밖에 없다. 국회의원의 본업인 입법을 스스로 올곧이 수행하게 될 때, 국회는 국민의 진정한 대표로서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발전하는 출발선에 다시 설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문위원 제도의 개혁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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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관계학 박사, 국회도서관 조사관으로 근무하였고, 그간 <오마이뉴스>와 <프레시안> 등 여러 매체에 글을 기고해왔다. <이상한 영어 사전>, <변이 국회의원의 탄생>, <논어>, <도덕경>, <광주백서>, <사마천 사기 56>등 여러 권의 책을 펴냈다. 시민이 만들어가는 민주주의 그리고 오늘의 심각한 기후위기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다.
오마이뉴스 전국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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