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권 겉그림
미우
'최근 머리 한구석에 언제나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는 사진고시엔. 지구 예선의 응모작품 테마는 자유. 자유로운 사고는 마치 줄이 끊어진 연처럼 머릿속을 빙글빙글 돌아다닐 뿐이다. 도무지 내 안에서 착지점을 발견하지 못하고 있다. 만약 지금의 스스로에게 정직하게 이제까지 무엇을 찍어 왔는가 하는지 묻는다면 답은 하나밖에 없다. 언제나 익숙하게 보아 온 도쿄의 거리.' (50쪽)
일본에서 고등학교 푸름이가 사진을 겨루는 자리에서 살핀다는 세 가지는, 한국 사진밭을 돌아보면 매우 다르구나 싶습니다. 한국에서 사진잔치나 사진대회를 열 적에 이 세 가지, '마음, 솜씨, 눈' 가운데 무엇을 헤아릴까요? 한국은 으레 '솜씨' 하나만, 더욱이 값진 기계로 황금분할을 선보이는 몸짓만 따지지는 않나요?
지자체마다 관광사진 공모를 하고, 여러 공공기관에서도 주제사진 공모를 하는데, 이러한 사진공모에서 '기계 다루는 솜씨'를 넘어서 '사진을 마주하는 마음'이나 '이웃하고 어깨동무하는 마음'이나 '삶을 짓는 사랑이라는 마음'은 얼마나 살필 수 있을까요? 그리고 '삶을 보는 눈'하고 '사람을 보는 눈'하고 '숲을 보는 눈'은 얼마나 생각해 볼는지요?
'촬영하고 싶은 피사체를 만나면 난 눈을 깜빡이듯 셔터를 누른다.' (54쪽)
"나도 어린 시절에 자주 아버지의 카메라를 빌려서 타카라즈카의 산과 들을 촬영했어." (77쪽/고등학교 사진부를 이끄는 교사가 들려준 말)
<도쿄 셔터 걸>에 나오는 열여덟 살 푸름이는 사진대회에 낼 사진을 고르는 길에서 살짝 헤맵니다. 이제껏 스스로 즐겁게 사진을 찍었을 뿐, 대회에 내서 다른 사람하고 '솜씨 겨루기'를 해 본 일이 없기 때문이요, 이를 생각조차 안 했거든요. 그리고 사진대회에서 바라는 다른 두 가지인 '사진을 하는 마음'하고 '사진으로 보는 눈'이란 무엇인가를 처음부터 새롭게 생각해 보려니 머리가 지끈거린다고 합니다.
이러다가 천천히 실마리를 찾아요. 도쿄(서울)에서 나고 자란 나(주인공)는 언제나 익숙하게 사진으로 담은 도쿄(서울)를 찍으면 됩니다. 시골에서 나고 자란 나(주인공)라면 시골을 찍으면 되겠지요. 남한테 보여주려는 사진이 아닌, 스스로 삶을 즐기려는 사진입니다. 남한테 솜씨를 자랑하려는 사진이 아닌, 스스로 기쁘게 활짝 웃으면서 찍은 사진을 넌지시 나누려는 사진입니다.
사진동아리 아이들은 찍고 싶은 모습을 마주하면 눈을 깜빡이든 사진기 단추를 누른다고 해요. 삶에 고이 스며든 몸짓으로 사진을 누린 사진부 교사한테서 이야기를 들으면서 사진동아리 아이들은 사진에 서리는 깊이가 무엇인가 하고 새삼스레 되새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