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홍수 수위 표식 1966년 폭우 때 성당 높이의 절반 이상까지 물이 차올랐다.
박기철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의 그림들이 철학적이라면, 산타 크로체 성당의 그림들은 성경의 이야기를 알아보기 쉽게 표현한 것들이 많다. 상대적으로 교육수준이 낮았던 이 지역 주민들을 위한 것이다.
산타 크로체 성당은 내가 피렌체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다. 이 성당은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공동묘지'로 불린다. 단테, 갈릴레오, 마키아벨리, 미켈란젤로 등 수많은 천재들의 무덤이 여기에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단테와 미켈란젤로의 무덤이 나란히 있다. 나는 피렌체를 방문할 때 마다 이 두 무덤 앞에서 한참 동안이나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단테는 르네상스 최초의 천재, 미켈란젤로는 마지막 천재라는 평가를 받는다.
나란히 있는 무덤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르네상스의 시작과 끝이 한번에 나를 덮치는 듯하여 숨이 턱 막힐 때가 있다(단테는 피렌체에서 추방된 후 돌아오지 못했고 이 곳은 빈 무덤이다. 진짜 무덤은 라벤나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