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제1야당' 내건 정의당 이정미 대표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0년 제1야당'을 목표로 하는 정의당은 이날 회견장에 "특권은 내리고 민생은 올리겠습니다"라고 적은 문구를 내걸었다.
남소연
한편 지난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민주당은 '원팀' 전략을 구사했다. 즉 문재인 정부의 성공을 위해 민주당 후보들을 당선시켜 달라는 호소였고, 이 같은 전략은 힘을 발휘했다. 게다가 민주당과 정의당 지지층은 겹치는 양상을 보인다.
이런 이유로 지난 대선 당시 소셜미디어에선 정의당 심상정 후보에게 표가 가면 문재인 후보 표를 잠식해 결국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당선될 것이란 주장이 확산되기도 했었다. 이런 경향은 지방선거 때에도 존재했다. 유권자들과 만나보니 정의당에게 표를 주면 사표가 될 것이란 인식이 만만치 않았다. 이 때문에 아내와 나는 '우리 지역구가 3인 선거구라 정의당 찍어도 사표되지 않는다'고 유권자들을 설득해야 했다.
앞서 지적했듯 정의당은 시민의 눈높이에 맞춰 분명한 색깔을 드러냈다. 정의당 지지율 상승세는 이 같은 노력의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수도권에서의 이야기다. 수도권 아래로 내려가면 상황은 전혀 다르다. 충남처럼 정책선거와 지역구도가 혼재하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영·호남처럼 지역구도가 확고히 뿌리박은 곳도 있다. 이런 와중에 정의당의 존재감은 미미하다.
지금 상황을 지금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월드컵에 비유해 보자. 정의당의 지지율 상승세는 비교적 약체라고 평가 받았던 팀이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강팀을 만나 선전한 데 불과하다. 첫 경기 결과가 16강 진출을 보장하지 않는다. 남은 경기 결과를 봐야하고, 경우에 따라선 '경우의 수'도 따져야 한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12일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대안 야당 너머 2020년 대한민국 제1야당 자리를 반드시 거머쥘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월드컵 16강 토너먼트와 마찬가지로 제1야당이란 목표를 이루려면 여러 변수가 존재한다.
지금 이 시점에서 시급한 건 기초체력이다. 정의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모두 241명의 후보를 냈으며, 이중 광역비례대표 10명, 광역지역구 1명, 기초비례대표 9명, 기초지역구 17명 등 총 37명을 당선시켰다. 과거보다 나아진 성적이기는 하지만, 전국적으로 지지율에 걸맞는 성적표인지는 의문이다.
선거제도 개혁해도... 이대로라면 선거제도를 개혁한다 하더라도 문제다. 정의당은 독일식 정당명부제 개혁을 주장해왔다. 독일식 정당명부제는 간략하게 말하면, 지지율대로 의석을 가져가는 선거제도다. 이 제도를 한국에 도입한다고 해서 정의당 의석수가 늘어날까? 긍정적 시각과 부정적 시각이 공존한다.
현장에서 보니 유권자들은 기왕이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경향을 강하게 드러냈다. 이런 현상이 문재인 대통령 집권기에만 국한될까?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치러진 지방선거, 총선거에서도 여당은 청와대와 '원팀'을 강조하며 지지를 호소했다. 대통령의 힘이 강할 때 선거가 치러질 경우 여당이 의석을 '싹쓸이'해갈 가능성은 더 커진다. 이런 현실을 전제해 볼 때, 지역단위에서 역량을 키우지 않으면 정의당은 거대 양당 구도에서 틈새만 찾다가 존재감을 잃어갈 것이다.
진보정당의 존재는 필요하다. 민주당은 진보 정당이 아니라 온건 보수에 가깝다. 자유한국당이 극우 성향을 보이다 보니 상대적으로 진보적으로 비칠 뿐이다. 정의당 지지율 상승세 역시 자유한국당의 '헛발질'에서 오는 반사이익으로 보는 게 정확하다는 판단이다.
자유한국당의 기초체력은 만만치 않다. 이들은 언제든 활력을 회복할 것이다. 정의당이 겨우 두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한데 우쭐하면, 언제든 주저앉기 십상이다. 그만큼 우리나라 정치 풍토에서 진보정치의 기반이 허약하다는 말이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지역단위에서 역량을 키워라. 계속해서 정책을 개발하고, 의제를 선점하고, 사람들을 영입하고, 조직을 갖춰라. 자금 확보도 필수다. 이런 작업을 등한시 여긴다면 정의당은 원내 제1당은커녕 존재감마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정의당의 실패는 곧 한국 진보정치의 실패로 귀결될 것이다. 지지율의 마법에 취해선 안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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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운동원이 바라본 정의당 지지율 고공행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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