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디아코니아 대표인 홍주민 박사는 제주 현지로 날아가 예멘 난민들이 쓸 침대를 지원하기도 했다.
홍주민 박사 제공
- 한국 정부는 난민 인정에 인색하다. 통계가 이를 입증한다. 2012년 난민법 제정 이후 2018년 5월까지 난민 인정률은 4.1%에 불과했다. 반면 독일은 시리아 난민 100만 명을 수용했다. 독일의 경험이 한국에 주는 시사점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경우 법무부와 출입국사무소가 난민인정을 담당한다. 법적인 잣대로 하다보니 출신국 정보나 이해가 부족한 상황에서 심사가 이뤄진다. 어떤 난민은 3년만에 난민 지위를 받았는데, 1년에 겨우 한 시간 반만 인터뷰를 했다고 전했다. 정확한 정보와 상황을 근거로 판단하지 않기에 통계상만으로도 난민을 받지 않으려 한다는 의구심이 인다. 차라리 외교통상부에서 관할하는게 어떨까?
독일의 경우, 민관협력 시스템에 주목하기 바란다. 독일 시스템의 핵심은 '민관협력'이다. 독일 사회를 지탱하는 두 가지 원리가 있는데, 하나는 연대다. 강한 사람과 부자가 약자와 가난한 이들을 돕는 게 연대의 핵심이다. 연대의 원리는 부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조세정책과 약자들을 위한 사회보험을 통해 작동한다.
그 다음이 보충의 원리다. 예를 들어 난민이 들어왔다고 하자. 이 경우 시민사회가 자발적으로 나서서 난민들을 돕는다. 그러다 부족한 부분을 상위, 즉 지자체나 중앙정부가 나서서 채운다.
3년 전, 100만이 넘는 시리아 난민이 독일로 왔다. 이때 개신교, 가톨릭, 적십자 등 10만개 민간 복지단체들이 정부와 협력해 움직였다. 대규모 난민은 정부 단독으로, 또 민간 단독으로 다룰 수 없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해 난민을 받아 들였다."
- '난민 문제 때문에 독일이 극우화됐다' 혹은 '독일 집권연정이 위태로워졌다'는 식의 반론도 있다. "잘못된 정보다. 독일은 앙겔라 메르켈이 이끄는 기독민주연합(CDU)이 기독사회당(CSU)과 연정을 꾸리고 있다. 그런데 CSU는 바이에른주를 기반으로, 친기업 성향이 강하다. 특히 난민 의제에 대해선 반감이 강했다. 반면 메르켈 총리는 루터교 목사 가정에서 자랐다. 그래서인지 메르켈은 난민 수용에 우호적이었고, 사회당이나 녹색당보다 더 진보적인 입장이었다.
사실 난민문제를 둘러싸고 제호퍼 CSU 대표와 대립했고, 이로 인해 연정이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시각이 많았다. 이때 메르켈은 제호퍼에게 단도직입적으로 기독교 정당 맞냐고 물었다. 메르켈은 3년 전처럼 시리아 난민이 오면 다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난민정책이 실패했다는 주장은 말 같지 않은 이야기다. 독일 국민 가운데 70~80%는 난민 수용에 우호적이다. 난민문제를 둘러싼 논란은 10월 치러질 지방선거를 앞두고 CSU가 독일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에게 밀릴까봐 난민 이슈를 건드린 데 불과하다.
* 이와 관련, 기민당과 기사당은 독일-오스트리아 국경에 난민 심사 시설을 만들고, 이미 다른 국가에서 난민 신청 절차를 거친 이들은 해당국과 '협의해' 돌려보내기로 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이번 합의에 따라 독일 연정은 붕괴 위기를 넘겼다. 독일 개신교계의 입장은 확고하다. 독일 개신교의 난민에 대한 입장은 '내가 주릴 때에 너희가 먹을 것을 주었고 목마를 때에 마시게 하였고 나그네 되었을 때에 영접하였고'라고 한 신약성서 <마태복음> 25장 35절 말씀에 입각해 있다."
가짜 난민은 없다 - 우리 정부에게 조언하고픈 점이 있다면? "지금 우리나라는 4.27남북정상회담, 그리고 이에 앞선 촛불혁명 등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한반도를 둘러싼 일련의 흐름은 한반도가 세계평화의 교두보로 자리할 수도 있음을 강력히 시사한다. 또 제주도만 봐도 4.3의 아픈 기억에 힘입어 평화의 섬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이런 와중에 난민을 배제하고, 난민협약을 탈퇴한다? 아마 온 세계가 제주도, 더 나아가 대한민국을 백안시할 것이다.
무엇보다 우리 정부는 독일처럼 난민 수용소를 설치해 심사를 진행하고, 진행 과정 동안 숙식 등 복지를 해결해야 한다. 또 입장을 명확히 해서 난민 혐오에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사실 가짜 뉴스가 퍼지고, 혐오정서가 만연한 건 정부와 언론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예멘 난민 논란을 둘러싸고 난민협약을 탈퇴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횡행한다. 그런데 시민사회는 이 같은 혐오 감정을 굉장히 안타까워한다. 예멘 난민에 대해 포용적 사고를 가진 시민들이 많다는 점을 기억해 달라."
- 향후 한국 디아코니아의 지원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난민은 정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할 이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예멘 난민 논란으로 우리 사회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이 땅의 가장 약한 사람들의 존재가 드러났다.
가능하다면 제주 이후의 삶에서도 연대하며, 세계인의 일원으로서 짐을 나눠지고자 한다. 가령, 이들이 선호하게 될 수도권에 쉼터를 만들어 누울자리와 일용할 양식을 함께 나누고 싶다. 더욱 중요하게는 이들이 가짜 난민이 아닌, 단지 한 사람이라는 걸 우리 사회에 알리고자 한다. 가짜 난민은 없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댓글26
공유하기
"난민 혐오는 보수세력의 출구전략.... 가짜 난민은 없다"
기사를 스크랩했습니다.
스크랩 페이지로 이동 하시겠습니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