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나무에 산란중인 말매미매미는 꽁지에 있는 산란관을 몸 밖으로 꺼집어 내서 나뭇가지에 박아 넣어 그 속에 알을 낳는다
박성호
곤충 관찰의 대가라고 하는 파브르 선생님은 과연 일본 저자의 편집 번역처럼 "매미는 마른 나뭇가지에 산란한다"라고 그대로 기술했을까? <파브르 곤충기> 완역본(현암사) 5권 매미 부분 마지막 챕터인 17장 '매미-산란과 부화'는 "유럽깽깽매미는 알은 마른 잔가지에 의탁한다(산란가지 언급1)"는 첫 문장으로 시작된다.
그런데 문맥상 따져 보면 이건 아무래도 레오뮈르라는 다른 연구자의 결과인 듯하다. 일본 학자 오시모토는 이걸 그대로 가져다 쓴 걸로 보인다. 완역본 <파브르 곤충기>에선 바로 같은 페이지에서 파브르 선생님이 레오뮈르의 조사 결과에 반론을 제기한다.
먼저 산란하는 나무의 종류가 다르다는 것이다. 레오뮈르는 주로 뽕나무의 알만 수집하였는데 이건 다양하게 찾아보지 않아서 그런 것이며 뽕나무 외 복숭아나무, 버드나무 , 서양벚나무, 광나무 등 다양한 수종에 산란을 한다는 게 파브르의 서술이다. 더불어 중요한 산란 장소의 특징에 대해서도 다르게 기술한다.
"가능하면 얇은 목질 층에 수질이 많은 줄기로, 밀집에서 연필 굵기의 가는 줄기를 원한다. 이 조건만 채워지면 어느 실물이든 별로 상관없다.(산란가지 언급2/파브르곤충기 5, p285)" 나도 초여름 단풍나무의 손가락 굵기 만한 가지에 산란 중인 매미를 촬영한 적이 있는데 조건이 상당히 유사하다. 그런데 다음 페이지에서 파브르 선생님은 이 이야기를 다시 뒤집는다.
"받침나무(매미가 산란하는 나뭇가지)는 무엇이든 좋으나 완전히 마른 것이 원칙이다.(산란가지 언급3) 그러나 내 기록에는 푸른 잎이 나 있고 꽃이 핀, 즉 살아있는 줄기에 낳은 경우도 몇몇 적혀 있다.(산란가지 언급4) 물론 이런 예외적인 경우라도 줄기 자체는 상당히 말랐다.(산란가지 언급4)"무슨 이야기일까? 완전히 마른 것이어야 하는 게 원칙인데 자신의 기록에는 살아있는 나뭇가지에 산란한 경우도 있고, 대부분의 산란가지는 말라있었다? 산란가지의 특징에 대한 언급이 문단마다 달라진다. 심지어 네 번째 언급에선 한 문단 안에서 시작과 끝이 다른 상태다.
왜 파브르 선생님은 일관되게 설명하지 못하고 이랬다 저랬다 했을까? 게다가 아주 구체적으로 "가능하면 얇은 목질 층에 수질이 많은 줄기로..." 이건 또 무슨 얘기일까? 왜 대부분 마른 나뭇가지에 산란한다고 했다가 수분이 있는 목질이어야 한다고 번복을 하는 이유가 뭘까?
하지만 이런 부분들이 일본 학자 오시모토의 책에서는 완전히 빠져있다. 산란가지의 특징에 대한 기술이 고작 첫 문장이 다였으니 편역본에 의존한 나로서는 파브르 선생님의 관찰결과에 의문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완역본을 기준으로 해서 생각해봐도 파브르 선생님의 관찰 결과는 결국 일반화하기에 자신 있을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산란흔 관찰 시점에 대한 고려 필요이렇게 산란가지의 특징에 대해 한 명의 관찰자조차 오락가락 하는 이유는 뭘까? 그 해답을 난 관찰 시점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산란하던 시점에는 살아있는 나뭇가지였겠지만 시간이 지나 산란흔이 발견된 시점에는 나무 목질이 손상되어 죽어 버렸을 가능성이 높다는 거다.
파브르 곤충기에는 산란가지에 대한 설명도 꽤 나오고 매미가 어떤 나뭇가지를 좋아하는지도 여러 번 언급된다. 그런데 정작 본인이 관찰한 것에 의존해 설명하는 선생님이 산란가지를 관찰한 시점에 대해서는 언급을 하지 않는다.
내 경우엔 살아있는 가지에 산란하는 매미를 본 경우가 훨씬 많다. 하지만 최소한 관찰 시점을 늦은 여름으로 맞추면 결국 매미가 산란한 가지의 특징은 말라있다는 서술은 틀리지 않게 된다. 무슨 얘긴고 하니 산란을 할 때는 분명 수분이 충분한 목질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사람 손가락 만한 굵기의 가지에 그리 많은 구멍을 내고 한 구멍 안에서 10여 개의 알을 낳으면 그 줄기의 수맥은 어떻게 될까? 뿌리로부터 수분을 흡수해서 잎이 붙어 있는 가지 중간 중간, 혹은 끝단까지 수분을 보내야 하는데 매미의 산란흔이 이를 방해하게 된다.
하루 이틀 며칠이야 가지가 견디겠지만 그 기간이 몇 주를 지난다면 결국 가지는 수분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아 말라버릴 수밖에 없다. 상식적으로 매미가 산란하는 순간을 발견하는 것보다 이후 산란된 가지를 발견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우리는 매미가 산란하는 나뭇가지의 특징을 일반화하는 데 오류를 범할 수 있다.
정확히 말하면 매미가 산란하기 좋아하는 나뭇가지의 특징과 산란흔이 있는 나뭇가지의 특징은 다르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매미의 산란이 나뭇가지의 생육에 영향을 주어 죽게 되지만 원래 매미는 건조한 죽은 나뭇가지보다 살아있는 나뭇가지에 산란하기를 더 좋아한다고 봐야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