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향하는 이명박110억원대 뇌물수수와 350억원대 다스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9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속행 공판 출석을 위해 호송차에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이 이건희 회장의 사면을 기대하고 이명박 전 대통령 실소유 의혹이 제기된 다스의 소송비를 대납했다는 이학수 전 삼성그룹 부회장의 진술이 법정에서 공개됐다.
10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정계선)는 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을 열었다. 이날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삼성으로부터 다스 소송비를 대납받은 혐의(뇌물수수)에 대한 서류증거 조사를 진행했다. 이중엔 과거 삼성의 2인자였던 이 전 부회장의 검찰조서와 자수서도 포함됐다.
조서에 따르면 다스가 2008년 하반기부터 2009년 초 사이에 미국에서 투자금 반환소송을 진행하던 중, 소송을 대리하던 김석한 변호사는 이 전 부회장에게 삼성이 소송비를 대납해달라고 먼저 요구했다. 김 변호사는 삼성과 오랫동안 거래해왔으며 삼성 일가와도 가까운 사이였다.
청와대 요구 -> 삼성 67억 원 지원 -> 원포인트 사면이 전 부회장의 진술에 따르면 김 변호사는 노골적으로 소송비 얘기를 꺼냈다.
"청와대에 다녀왔다. 소송비용을 삼성에서 지급했으면 좋겠다... 법력 조력 업무에 비용이 많이 든다. 청와대에서 비용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데 정부가 지급하는 건 불법이니 삼성이 대신 내주면 국가적으로 도움이 되고 청와대도 고마워할 것이다."이 전 부회장은 "저는 김 변호사에게 '무슨 말인지 알겠다. 연락드리겠다'고 답변한 후 이건희 회장에게 보고했다"라고 진술했다. 이 전 부회장은 이건희 회장에게 직접 요청 내용을 설명했고, 보고를 받은 이 회장은 "청와대가 말하면 해야 하지 않겠느냐. 지원하라"라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이 조건 없이 다스 소송비를 내준 건 아니었다. 이 전 부회장은 삼성이 '이건희 사면'이라는 대가관계를 기대한 채 소송비를 건넸다고 인정했다. 이 부회장은 "우리로선 청와대 요청을 거절하기 어렵다"라면서도 "지급하면 여러 가지 회사에 도움이 될 거라는 기대가 있었던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또, "당시는 이 회장이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이라 경영일선에서 물러났고, IOC 위원직이 정지돼 있던 상태였다. (법원에서) 유죄가 나면 사면을 받아야 한다는 기대가 당연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당시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헐값 발행과 탈세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었고 2009년 8월, 징역 2년 집행유예 5년과 벌금 1100억 원이 확정됐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은 4개월만인 그해 12월, 이 회장을 '원포인트'로 사면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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