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지리의 힘>표지
사이 출판사
금수저 나라와 흙수저 나라
요즘 유행하는 말로 금수저와 흙수저가 있다. 부모의 재력과 재정적 지원에 따라 자녀의 삶이 얼마나 질적으로 좋은지 나쁜지를 일컫는 한국사회의 은어다. 그런데 여기 '지리적 특성'을 근거로 세계의 여러 나라들을 금수저 국가와 흙수저 국가로 구분하려는 책이 있다. 25년 이상 30개가 넘는 국제적인 분쟁 지역들을 취재한 베테랑 저널리스트, 팀 마샬의 저서 <지리의 힘>이다.
주변에 자신들을 괴롭히는 나라나 집단이 없고, 넓은 땅에 자원이 풍부하며, 기후가 온난한 곳에서 산다는 것은 축복이다. 그런데 이렇게 '축복받은 지리'는 그 구성원들에게 선천적으로 주어지는 것일 뿐 후천적으로 쟁취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점에서, 마치 사람으로 비유했을 때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는 것과 같다. 같은 논리로, 주변의 강대국과 적대 집단 때문에 싸움이 끊이질 않고, 좁은 땅에 자원도 없는데다, 기후마저 열악한 곳에서 산다는 것은 저주다.
이처럼 국가의 국경선과 주변국, 매장된 자원들과 선대부터 내려온 문화 등등을 부모의 재력에 비유한다면, 그러한 지리적 특성들이 속칭 얼마나 "은혜로운지"에 따라 세계 각지를 금수저국과 흙수저국으로 나누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리라는 감옥에 갇힌 사람들이 책의 원제는 '지리의 수인'(Prisoners of Geography), 쉽게 말해 '지리라는 감옥에 갇힌 사람들'이다. 저자는 특정 국가의 흥망성쇠를 좌우하는 근본적이고도 치명적인 요소가 지리적 특성이라고 말한다. 국가의 번영과 쇠락의 키 플레이어를 지정학이라고 생각한다는 점에서, 이 책의 저자도 넓게 보면 <총, 균, 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와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한 나라의 정치 현실을 그 나라가 처한 지리적 특성들로 설명하는 것을 두고 '지정학'이라고 하는데, <지리의 힘>도 기본적으로는 지정학적 관점으로 쓰인 책이다.
책에서 다루고 있는 지역이 꽤 넓다. '중국, 미국, 서유럽, 러시아, 한국과 일본,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중동, 인도와 파키스탄, 북극', 총 10개다. 책에서는 한 지역 한 지역씩 각각의 지역이 갖고 있는 지리적인 장·단점들을 나열하여 분석한다. 특정 지역에만 해당하는 지리적 요소들도 일부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10개 지역 모두에 적용되는 보편적이고 일반적인 지정학적 요소들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상대적으로 핵심적인 요소들만을 기준으로 삼아서 책 속의 10개 지역을 필자 나름대로 단순하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축복과 저주를 결정짓는 지리의 5대 특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