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오덕 어른이 글종이에 남긴 글. 저는 이오덕 어른 제자는 아닙니다만, 어른 유고와 원고를 살피면서 삶을 담는 말을 새롭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정우
또 다음 두 대목을 놓고는 박일환 님이 보태지 못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댓글'하고 '옆지기'라는 낱말을 다룬 꼭지가 있는데 살을 보태려고 합니다.
ㄷ. 언젠가부터 '댓글'이라는 말이 쓰이더니 이제는 '리플'을 완전히 밀어냈다. 단순하면서도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도록 만들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지금 이 순간도 댓글놀이를 하며 즐거워하는 이들이 처음 '댓글'이라는 말을 쓰기 시작한 사람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66쪽)
ㄹ. 요즘에는 '배우자'라는 한자어를 풀어 쓴 옆지기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도 늘고 있다. (141쪽)
1990년대 첫무렵에 처음 피시통신이 피어났어요. 그때에는 업체마다 하나같이 're'라는 영어를 알파벳으로 썼습니다. 요즈음도 여러 포털은 누리글월에 답장을 쓸 적에 're'가 뜨도록 하는데요. 하이텔·천리안은 좀 더디었지만 나우누리라는 곳은 그때에 사람들 뜻을 널리 받아들여서 '댓글·덧글·답글' 가운데 어느 말을 써야 좋은가를 살폈어요.
나우누리가 하이텔·천리안 못지않게 사랑받으면서 포털 이름도 '나우누리'처럼 한국말로 쉽고 재미있게 쓸 수 있을 뿐 아니라, 게시판에 붙이는 이름도 훨씬 쉽고 부드러우면서 재미있게 붙일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느껴요.
나우누리 운영관리자는 모임지기라든지 글지기를 퍽 자주 만나서 이름을 어떻게 고치거나 붙여야 좋은지 물었고, 이를 바로 받아들여 주었는데, 참 고맙고 반가웠습니다. 그무렵 다른 분들은 으레 're'만 쓰셨지만 저는 '덧'이나 '덧글·댓글'이라고 붙여서 덧글·댓글을 적었습니다.
나우누리 운영관리자는 '댓글'이 '對'라는 한자를 넣은 글이냐고 묻기도 했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했습니다. 한국말에 '대꾸하다'가 있습니다. 대꾸하는 글이 댓글이고, "무엇에 대한 글"이 아니니, 한글이자 오롯한 한국말로 '댓글'이라 하면 되고, 다른 이가 덧붙이는 글이라는 뜻으로 '덧글'을 쓸 수 있다고도 보태어 말했어요.
'옆지기'가 '배우자'라는 한자말을 풀어서 쓴 말이라고 <어휘 늘리는 법>이라 나오지만, 풀어서 쓴 말이 아닙니다. '배우자'는 부부가 그저 서로 가리키는 말일 뿐입니다. '옆지기'는 옆에서 지키는 사람이라는 뜻이니, 새로 지은 낱말이고, 이 낱말을 누가 처음 지었는지는 알기 어려우나, 그물코 출판사 대표님이 2004년에 이 말을 저한테 들려주었을 적에 참 어울리는구나 싶어서, 그때부터 제가 쓰는 글이나 책에 이 낱말을 잔뜩 써서 퍼뜨렸습니다.
이러다가 '옆지기'도 좀 길구나 싶었고 새롭게 말을 지어야겠다고 여겨서 2013년에 '곁님'이란 말을 제 나름대로 처음으로 써 보았습니다. 곁에 있는 사람은 서로 지킨다기보다 서로 아름다운 님으로서 사랑한다는 뜻으로 곁님이라 지었어요. 옆지기라는 낱말을 널리 퍼뜨린 사람으로서 한결 낫구나 싶은 낱말을 새로 지었기에 이제는 옆지기는 안 쓰고 곁님만 씁니다.
어휘 늘리는 법 - 언어의 한계는 세계의 한계다
박일환 지음,
유유,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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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꽃(국어사전)을 새로 쓴다. <말꽃 짓는 책숲 '숲노래'>를 꾸린다. 《쉬운 말이 평화》《책숲마실》《이오덕 마음 읽기》《우리말 동시 사전》《겹말 꾸러미 사전》《마을에서 살려낸 우리말》《시골에서 도서관 하는 즐거움》《비슷한말 꾸러미 사전》《10대와 통하는 새롭게 살려낸 우리말》《숲에서 살려낸 우리말》《읽는 우리말 사전 1, 2, 3》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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