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양도 해안길에서 보는 제주와 한라산.
김종성
한림항에서 거창한 배이름(천년호)과 달리 작은 어선크기의 배를 타고 15분이면 비양도에 닿는다. 차가 다니지 않아도 되는 작은 섬이라 그런지 차량, 오토바이 등을 실을 수 없다. 차들과 사륜오토바이, 스쿠터, 관광용 전기차 등 각종 탈 것으로 시끄럽고 번잡한 관광지가 돼버린 우도(제주시 우도면)와는 다른 분위기와 풍경의 섬이겠구나 싶었다. 실제로 비양도에 가보니 모두 걸어 다니거나 자전거가 다다.
손에 닿을 듯 가까이 보이는 섬이라 그런지 뗏목같은 작은 배를 타고 노를 저으며 비양도를 향해 가는 사람도 있어 눈길을 끌었다. 선착장앞 섬이 크게 그려진 관광용 안내판 앞에서 나이 지긋한 여성 해설사가 비양도에 대해 재밌게 얘기해주고, 섬 여행 방법도 알려줘 좋았다. 비양도를 처음 가는 여행자라면 이분의 설명을 꼭 듣길 추천한다.
비양도(飛揚島)라는 한자어에 담겨있는 뜻이 맨 먼저 기억에 남는다. '날아온 섬'이라는 뜻으로 왠지 흥미로운 전설이 담겨 있음직하다. 바다 속에 잠겨 있었던 비양도가 나타난 건 고려시대 1002년(목종5년) 6월. 제주에서 가장 나중에 화산이 분출되어 형성된 섬이라고 한다. 당시 주민들은 갑자기 바다에서 천둥치는 소리와 함께 붉은 용암을 토해내며, 산이 솟아나는 모습은 가히 천지개벽으로 느꼈을 것이다. '날아온 섬'이라는 전설적인 이름이 생길 만하다.
고려 목종 5년(1002) 6월, 산이 바다에서 솟아났는데, 네 개의 구멍에서 붉은 물을 닷새 동안 내뿜다 그쳤다. 그 물은 모두 용암이 되었다. 1007년 서산이 바다 가운데서 솟아오르니 태학박사 전공지를 보내어 살피게 했다. 사람들이 말하기를 산이 처음 솟아오를 때 구름과 안개가 자욱하고 땅이 천둥처럼 진동하였는데, 7일이 지나서야 비로소 개었다. 산 높이는 1백여 장, 둘레는 40여리나 되었다. <신증동국여지승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