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와이즈베리
이 책은 정의에 대한 세 가지 관점을 소개한다. 공리나 복지의 극대화, 즉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추구하는 벤담의 '공리주의'가 첫 번째이다. 이는 그럴 듯하지만 행복의 총합이 우선이므로 개인의 권리는 무시되며, 총합을 따져 정의를 판단해야 하므로 모든 것을 수치화해야 한다는 문제를 가진다. 두 번째 관점은 정의란 선택의 자유를 존중하는 것이고 국가는 개입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자유주의'이다. 현대 사회는 대부분 자유주의를 근간으로 한다.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는 자유주의에 익숙하면서도 많은 문제를 접한다. 빈부의 양극화는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자유주의의 숙제이다.
작가 마이클 샌델은 이 두 관점의 문제점을 중심으로 책을 기술하다 종국에는 대놓고 '정의로운 사회는 단순히 공리를 극대화하거나 선택의 자유를 확보하는 것만으로는 이를 수 없다(380p)'고 주장한다. 그는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좋은 삶의 의미를 함께 고민하고, 그 과정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이견을 기꺼이 수용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공동체주의자이며 이것이 정의에 대한 세 번째 관점이다.
작가는 책의 서두에 '이 책은 독자들이 정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정립하고 비판적으로 검토하도록 만들어, 자신이 무엇을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알도록 하는 데 있다(55p)'고 밝히는데 이러한 의도가 책의 전반에 잘 반영되었다.
우리가 어떤 도덕적 문제에 맞닥뜨렸을 때 근거나 원칙을 생각하기 이전에 옳다거나, 이건 아니라거나 하는 판단이나 확신이 먼저 서게 마련이다. 작가는 그러한 판단을 내리는 도덕적 신념은 이성적 범위를 넘어 가정교육이나 신앙으로 인해 이미 정해졌다고 본다(52p). 우리가 할 일은 그 원칙(근거)에 반하는 상황을 직면하여 자신의 판단(확신)과 원칙(근거)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서로를 조정하여 도덕적 사고의 근간을 형성하는 것이다.
내가 전차 기관사이고, 전차가 시속 100km로 폭주하다 철로에 작업자 5명이 있어 멈추려고 하지만 브레이크가 작동하지 않는다. 이때 오른쪽으로 갈려져 나간 철로가 있고 그곳에는 작업자가 한 명이라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탈레반 지도자를 찾으려던 미군이 염소를 데리고 가는 두 명의 농부를 만났다. 민간인인 이들을 살리거나 죽일 수밖에 없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네 명의 선원이 20일 째 작은 구명보트를 탄 채 표류하고 있다. 한 사람이 지쳐 죽어가는 다른 이를 죽여 남은 셋이라도 연명하자 제시한다.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를까?
작가는 자신이 주장하는 정의(미덕을 키우고 공동선을 고찰하는 것)의 관점을 분명히 밝힌다. 그러나 우리에게 자신의 생각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상황에서 독자가 고정된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 합리적 결론을 도출하도록 기회를 제공한다. 우리를 세상 일의 옳고 그름을 스스로 고민하고 판단하는 능동적인 시민으로 이끌기 위함으로 판단된다.
작가의 의도를 배제하고 읽더라도 세계의 역사를 이끈 두 사상을 따져가며 우리의 사고가 올바른지 사유하고, 작가가 주장하는 바를 통해 정의에 대해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물론 정의에 대한 기본적인 관점이 설정되어도 세상의 복합적이고 구체적인 일들을 쉽게 판단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작가가 제시하는 변증법적 사고를 통해 원칙을 고민하고 판단하는 노력은 생겨날 것이다. 역시 작가는 정치 철학자이다.
정의란 무엇인가 (리커버 특별판) - 새로운 시대, 새로운 정의
마이클 샌델 지음, 김명철 옮김, 김선욱 감수,
와이즈베리,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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