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표지<속죄> 표지
문학동네
부커상 수상작가이자, 영국 문학의 황금기를 대표하는 이언 매큐언. 그의 최고의 걸작이라 망설임 없이 말할 수 있는 <속죄>를 읽었을 때, 바로 이러한 작가의 자격과 권한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이언 매큐언은 한 인터뷰에서 <속죄>를 쓴 의도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기 자신에게 진실을 말할 때 얼마나 많은 용기가 필요한지에 대한 생각"을 다루고자 했다고 말입니다. 그에게 문학은 세상의 진실을 드러내는 매개체입니다. 초보 예비 작가로서 저 역시 문학을 통해 진실을 말하고 싶지요. 그러나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매큐언의 이 소설은 흥미진진한 이야기 속에, 소설가의 그러한 고민을 진중하게 담고 있습니다.
이언 매큐언은 1948년에 잉글랜드 햄프셔 주 엘더셧에서 태어납니다. 아버지는 스코틀랜드 노동자 계급 출신으로 사병에서 장교로 진급하지요. 매큐언은 아버지 발령지를 따라 리비아, 싱가포르 등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어린 시절을 보내게 됩니다. 12살이 되어 잉글랜드로 돌아오고, 나중에 대학원에서는 문학 공부를 합니다.
어느 한 지역에 정착해본 적이 없는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뿌리 뽑힘'이라고 고백합니다. 그는 계급적으로도 직업군인의 아들이어서 주류 사관학교 출신 가족에 비해 이방인이라 할 수 있는데, 이는 작품 세계에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옥스브리지' 같은 전통 명문이 아닌 대학에 다녀 좌파 성향의 비전통적인 교육을 받습니다.
1975년부터 처음 작품 활동을 시작할 때는 소아 성애, 살인, 근친상간과 같은 소재를 많이 다뤄서 '엽기 이언( Ian Mcabre )'이란 별명도 얻습니다. 이후 1988년부터의 중기에는 문학적 성공을 거두고 <암스테르담>(1999)으로 맨 부커 상을 받지요. <속죄>(2001) 역시 이 시기 작품입니다. 후기부터 현재까지는 계속 성공 가도를 달리며, 정치적 색채가 있는 작품들도 쓰고 있습니다.
<속죄>의 구성은 특별합니다. 1부~3부, 그리고 '1999년 런던'이라는 4부가 있습니다. 소설 속의 소설이라는 메타 픽션의 형식을 갖습니다. 매큐언이 버지니아 울프를 좋아하고 영향받은 것을 드러내 주듯이 중간중간 의식의 흐름 기법이 쓰이고요.
1부에서는 1930년대에 신흥 부자 가문인 탈리스 저택을 배경으로, 13살의 어린 브리오니가 상상 속에서 지어낸 이야기가 어떤 사건들을 일으키는지 보여줍니다. 2부에서는 2차 세계 대전 중 전장으로 강제 파병된 로비의 시선으로 됭케르크 퇴각 장면과 함께 전쟁의 반인륜적이고 비극적인 참상이 그려집니다.
3부는 속죄를 위해 대학을 가는 대신 간호학교에 가서 간호사가 되는 브리오니의 이야기입니다. 그다음 마치 부록이나 후기처럼 짧게 이어지는 '1999년 런던'에서는 77세의 노인이 된 브리오니가 앞서 1부~3부의 이야기가 사실은 소설가인 자신이 쓴 속죄의 서사임을 밝힙니다. 이 지점에서 독자들은 어안이 벙벙해집니다.
소설 속에서 브리오니는 허황되고 무절제한 상상력으로 치명적인 잘못을 저지릅니다. 상류층 집안의 브리오니는 가정부의 아들인 로비와 자기 언니 세실리아가 연애를 할 리가 없다는 '계급적' 무의식을 바탕으로, 연인들의 실랑이를 오해하고, 그 오해가 사실이라고 믿고 확신에 찬 거짓말을 합니다.
테러리스트들이 감정이입을 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