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함께 사는 삶을 더 다양한 방식으로, 더 합리적이고 적절한 방향으로 모색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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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째] 비혼 1인가구의 삶은 고립인가?모든 복지 제도의 기준 단위를 가구에서 개인으로 옮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결혼'이 당연한 과업처럼 주어지는 사회에서 '비혼'이라는 키워드를 꺼냈을 때, 그 사람은 '출산과 양육의 의무를 지지 않는 이기적인 존재'이자 '현실을 모르는 철없는 존재'로 여겨진다. 그러나 그런 사회적인 편견은 잘못되었다. 대부분의 인간에게 돌봄에 대한 욕구는 존재한다. 인간은 모두 불완전한 존재임을 인정할 때, 비로소 함께 살기의 가치를 모색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함께 사는 삶을 더 다양한 방식으로, 더 합리적이고 적절한 방향으로 모색할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서, 성애화된 일대일 관계만을 서로에 대한 부조의 의무를 지는 관계로 인정하는 사회적 고정관념 역시 지나치게 편협하다. 인간이 느끼는 친밀함과 맺을 수 있는 관계의 형태는 그보다 더 다양한데, 왜 부부와 커플 외에 여러 형태로 생겨나는 우정과 사랑들은 일시적이고 부질없는 것으로 여겨질까? 이런 관계들을 안전하게 유지하고 가꾸어나갈 수 있는 안전한 제도적 울타리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점점 더 늘어나는 1인가구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도우려는 행정적 변화의 움직임이 있다. 2016년 서울시에서는 '1인 가구 지원 기본 조례'를 제정하며 '사회적 가족'이라는 개념을 넣었다. 2015년 서울연구원에서 이루어진 '서울특별시 1인가구 대책 정책연구'를 참고하면, 서울 거주 1인가구는 약 98만 가구다. 그리고 이 당선인의 머릿속에서 가장 이상적이고 완벽하게 그려지는, 부모와 2인의 자녀로 구성된 4인 가구는 전체의 23.5%에 지나지 않았다.
서울시는 이미 이 현실을 인정하고 발 빠르게 1인가구 사이의 커뮤니티 형성을 지원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조례를 만들어 가는 중이다. 1인 가구의 가구원들이 정서적으로 안정되고 서로 관계를 쌓아나갈 수 있도록 사회적 관계망 형성을 지원하는 것이다.
성북·강북·은평·금천구 등 1인 가구가 밀집한 자치구에 1인가구 전용공간을 마련하고, 공유부엌과 공유장터를 개설하는 등의 방식이다. '혼자'이지만 건강하게 '같이' 하고, '같이' 하지만 건강한 '홀로' 지내기를 상상하고 해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이는 관계에 대한 근본적인 관념이 달라지고 있는 현실, 달라져야 할 필요를 모두 인지한 정책이다.
정리하면, 결혼을 목전에 둔 젊은 세대는 딜레마를 겪는다. 한편으로는 결혼 제도에 편입됨으로써 자신들이 올바른 생애 주기에 있다는, 사회적으로 보편적이고 안정된 트랙 안을 달리고 있다는 안도감을 느낀다. 사회적 존재로서 당연한 일이다. 동시에, 이들은 이미 결혼한 사람들, 부모님이나 자신의 기혼 친구들의 문제를 자신은 겪지 않을 것이라는 환상에 빠진 상태로 결혼에 뛰어들기도 한다. 그리고 무수한 이들의 환상이 깨지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배경으로 더 많은 이들이 문제를 깨닫고, 정치적인 의사 표현으로서 결혼을 거부하며 '비혼'을 표방하고 있다. 제도 그 자체에서 발생되는 문제는 개인의 노력으로 쉽게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을 점점 더 많은 이들이 알아 가고 있다. 이제는 전통적인 결혼을 더 나은 것으로 만드는 것 이상의 제도적 변화와 행정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이 당선인의 이번 주장은 불합리한 편견, 국제적인 제도 변화에 대한 지식 부족, 사회적 흐름과 변화에 대한 인지 부족에서 기인한 것 같다. 그러므로 비현실적이며, 한 지방자치단체의 살림을 주도적으로 해 나가야 하는 행정가의 입에서 나온 주장이라는 점에서 몹시 문제적이다.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 현실의 흐름을 바탕으로 행정 서비스의 수혜자들이 홀로, 또 같이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야말로 행정가의 책무가 아닐까. 경북 청년 도민 삶을 진지하게 염려하는 마음으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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