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 시절 스티븐 스털링의 가족사진스티븐의 부모는 한국에서 4명, 캘리포니아에서 2명 모두 6명의 아동을 입양했고, 하나님은 그들에게 막내 아들이 태어나는 축복을 내렸다. 소아마비 장애 아동이었던 스티븐은 10살 때 한국일산홀트복지타운에서 미국 알래스카로 입양되었다.
정현주
알래스카에 살고 있던 그의 부모는 한국에서 4명, 캘리포니아에서 2명의 자녀들을 입양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님은 그들에게 막내아들이 태어나는 축복을 내려 주었다. 스티븐의 부모는 '모든 것을 포기한 사람들'마저도 따뜻한 보살핌을 통해 희망으로 이끌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분들이었다. 그들의 사랑은 상처투성이 스티븐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스티븐의 형제자매들은 품위 있는 가정에서 많은 사랑을 받으며 행복한 삶을 누렸다.
"한국에 계신 엄마는 나를 태어나게 해주었고, 미국에 계신 엄마는 입양을 통해 나에게 '삶'을 주신 분"이라고 말하는 스티븐 스털링, 장애를 가진 해외입양인으로, 기적 같은 삶의 변화를 일구어낸 당사자로서 그의 '해외 입양'에 대한 의견은 어떨까?
그는 입양, 그리고 해외 입양, 그 중에서도 장애 아동의 해외 입양에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한국의 시설에 있는 아동들이 국내에서 입양의 기회를 얻지 못한다면, 바로 다음 단계로 해외 입양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장애를 가진 아동이라면 가장 첫 번째 선택지가 '해외 입양'이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비장애 아동이라면 '국내 입양'이 첫 번째 선택지가 되는 것이 좋겠지만, 장애 아동은 해외에서 가정을 찾아야 공평한 기회가 제공될 수 있습니다."스티븐의 확신에 찬 대답은 다소 당혹스러운 것이었다. 그는 여러 번 한국을 방문했다고 한다. 1991년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그가 가진 장애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소도 별로 없었고, 그의 장애에 대해 수용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도 드물었다. 그러나 그 후로 한국도 많이 변했다.
"2004년부터 2005년 사이, 그리고 2013년부터 2015년 사이에 제가 한국에 다시 왔을 때에는 눈에 띄게 변화된 모습을 봤습니다. 한국은 풍요로운 역사와 문화를 지닌 아름다운 국가입니다. 저는 미국인일 수 있어 자랑스럽고, 한국인일 수 있어서도 자랑스럽습니다."한국에 대해 이렇게 얘기하는 그가, '장애 아동에게는 국내 입양보다 해외 입양이 첫 번째 선택지가 되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자신의 개인적 경험에 매몰되어 균형적인 시각을 가지지 못한 것은 아닐까?
그러나 그의 이메일을 받기 전후로 있었던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시위는 스티븐의 견해가 타당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그 시위는 작년 10월 신길역에서 휠체어 리프트를 이용하려다 추락사한 중증장애인 한경덕씨를 추모하고, 장애인의 안전한 이동권 보장을 촉구하기 위한 것이었다. 6월 14일과 7월 2일 신길역에서 두 차례 시위가 진행되었을 때, 지하철 운행이 지연된 데 대해 몇몇 시민들은 불만과 욕설을 쏟아냈다. "집구석에나 처박혀 있지." "너희는 쓰레기다. 다 치워버려야 한다." (관련기사:
지하철 장애인 장례 행렬..."태풍보다 리프트가 더 무섭다")
이 시위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모습 위에, 스티븐의 인터뷰 내용이 겹쳐졌다. 해외 입양인으로서 인종 차별 경험이 있는지 질문했을 때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저는 목발과 버팀대를 사용한다는 이유로 한국에서 '인종차별'을 겪었습니다. 미국에서 인종차별의 경험은 없습니다. 오히려 제가 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들을 성취했다는 점에서 존경을 받았습니다."21세기,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음에도 한국에는 여전히 장애인에 대한 후진적인 편견이 광범위하게 존재한다. 그러한 현실은 입양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장애 아동의 국내 입양 비율은 극히 미미한 수준에 머무른 채 답보상태이다. 2000년 이전에 장애 아동은 99% 이상 해외로 입양되었다. 그 후 조금 더 늘어나 2000년 이후부터 장애아동 국내 입양률은 계속 5%대를 맴돌았다. 그 기간 나머지 95% 이상의 장애 아동은 해외로 입양되었다. 그러던 것이 2012년 입양 특례법 제정 후 해외 입양이 어려워지면서 장애 아동의 해외 입양은 건수는 2015년에는 4년 전에 비해 절반 이하로 눈에 띄게 감소했다. 입양되지 못하고 시설에 남는 장애 아동들이 예전보다 많아지고 있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