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없이 법정 향하는 안희정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안 전 지사는 위력으로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희훈
'목욕할 때도 휴대전화는 투명비닐에 담아서 소지한다.'여성 수행비서 성폭행 혐의를 받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수행비서 업무 매뉴얼 중 일부다. 검찰은 이를 안 전 지사의 절대적인 위력을 입증할 증거 자료로 법정에 제출했다.
서울서부지방법원 형사합의11부(부장판사 조병구)심리로 2일 진행된 안 전 지사의 위력에 의한 간음 1차 공판에서 검찰은 이번 사건을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로 규정하고, 피고인과 피해자의 수직적 관계를 보여주는 각종 증거를 제시했다. 안 전 지사는 지난해 7월 29일부터 약 7개월 동안 자신의 수행비서를 4차례 성폭행하고 6차례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는다.
"24시간 휴대전화 소지... 업무 분위기는 권위적"그중 하나가 피해자 김지은씨가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로 근무할 때 숙지를 요구받은 업무매뉴얼이다.
해당 매뉴얼에는 수행비서는 개인 약속을 지양하고 도지사가 눈을 뜰 때부터 잠들 때까지 보좌해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겼다. 목욕할 때는 물론, 휴대전화는 24시간 소지해야 한다는 규칙도 있다. 늘 가지고 다녀야 하는 비품목록을 정해두고는 도지사의 담배와 라이터, 명함, 필기구 등은 항상 몸에 지니고 로션, 물티슈, 빗 등은 가방에 넣고 다니라고 요구했다.
또한 검찰은 김씨가 수행비서로서 업무 인계를 받으면서 "모두가 노(No)라고 할 때 수행비서는 예스(Yes)라고 말해야 한다" "도지사의 기분을 거슬러서는 안 된다" 등의 당부를 들은 점도 공소사실에 적시했다. 안 전 지사가 돌연 일정을 취소해 캠프 관계자들이 긴장하는 등 업무 분위기가 수직적이고 권위적이었음을 입증하는 참고인 진술조서 등도 함께 제시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이성 관계였다"라는 안 전 지사 측 주장을 반박하는 증거 자료도 공개됐다. 우선 검찰은 김씨가 수행비서로 일을 시작한 지 26일 만에 최초 범행 발생한 점을 언급하며 "이성적 호감으로 발전할 만한 시간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그 근거로 안 전 지사와 김씨가 주고받은 메신저 내용을 들었다. 검찰이 확보한 대화 내용에서 안 전 지사는 "내 가방" "담배" "어딨나" "오냐" 등 단어 위주의 명령형 말투였다. 반면 김씨는 "일정 확인 후 보고 드리겠습니다" 등 본인을 낮추어 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근거로 검찰은 "둘 사이의 이성적 호감을 입증할 만한 대화 내용이 전혀 없다"라고 했다.
첫 공판에서 검찰이 제시한 증거자료는 공개법정에서 공개되어도 무관한, 피해자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내용들로만 구성됐다. 검찰 측 증거자료에 대해 변호인 측은 "검찰 주장과 다르게 해석해야 하는 부분도 다수 있다"라면서 "(김씨가) 피해자로 불릴 수 없는 태도 등에 대해서는 추후에 증거를 제시하고 의견을 밝히겠다"라고만 했다.
오전 11시께 시작한 공판은 오후 3시 16분께 종료됐다. 오는 6일 오전 10시에 열리는 두 번째 공판에서는 김씨가 증인으로 나와 안 전 지사가 어떻게 위력을 행사했는지를 직접 진술할 예정이다. 해당 과정은 형사소송법에 따라 모두 비공개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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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 때도 비닐에 핸드폰 넣어 소지"... 안희정 비서 매뉴얼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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