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 없이 법정 향하는 안희정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안 전 지사는 위력으로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희훈
"업무 지시 가장한 범행" vs. "위력 존재 불분명해"이날 검찰은 두 사람의 관계가 절대적으로 수직적인 형태였다는 점을 적극 강조했다. 범행 당시 안 전 지사는 유력 대선 후보였고, 당내 경선에서 2위로 떨어진 후에는 여당의 차기 대선후보로 꼽히는 인물이었다. 또 경선 캠프에는 현직 국회의원을 비롯, 사회 유력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었다. 반면 해당 캠프 공보물 담당자로 시작해 충남도청 별정직 공무원으로 자리를 옮긴 피해자는 신분이 불안정할뿐더러 향후 진로에도 안 전 지사의 영향력이 막강했다.
수행비서의 업무 특성이 피해자의 거부권 행사를 무력화한 점도 언급했다. 검찰은 김씨가 '모두가 노(No)라고 할 때 수행비서만은 예스(Yes)라고 해야 한다', '안 전 지사의 기분을 절대로 거슬러서는 안 된다', '수행 중 알게 된 내용을 절대 발설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내용으로 업무 인계를 받았던 점에 주목했다. 그런 상황에서 안 전 지사의 공식 스케줄뿐만 아니라 맥주·담배 심부름, 숙박시설 예약 등 사적 일정까지 밤낮으로 수행한 점 역시 피해자를 절대적 약자 자리로 위치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검찰은 안 전 지사가 출장 일정을 마친 뒤 호텔 객실에서 다른 객실에 있던 김씨를 담배 심부름 등으로 부른 뒤 강제로 성관계를 맺은 건 "업무 지시를 가장한 범행"이라고 봤다. 김씨의 입장에서는 안 전 지사가 성관계를 마음먹고 심야 시간에 담배 심부름을 지시했고, 그 의도를 꼬치꼬치 캐묻거나 내일 아침에 가져다드리겠다고 답하는 건 상상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